조기독서 IQ·EQ 발달에 도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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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책은 어릴 때 많이 읽어야 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는 속담이 있다. 어릴 때에는 호기심이 많고 바깥 세상을 받아들이는 데 유연하다. 더구나 인격 형성에 중요한 시기다. 어릴 때 형성된 지능과 사고력.성격.정서 등은 평생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독서 습관도 이때 들여야 한다. 어린 시절에 책 읽기를 좋아하면 나이 들어서도 독서를 좋아한다.

독서는 아주 어릴 때부터 시작된다. 글을 스스로 읽는 행위만 독서가 아니다. 부모가 책을 읽어 주는 것도,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독서다.

이러한 간접 독서는 중요하다. 연구에 따르면 취학 전 습득한 언어 능력이 취학 후의 학습 능력을 좌우한다. 책을 읽으며 지능이 발달하기 때문이다. 소위 IQ(지능지수)가 높아지는 것이다.

IQ의 60%는 후천적으로 얻어진다고 한다. 한 예로 미국 피바디대학은 어휘력만으로 IQ 검사를 하고 있다. 책을 많이 읽어 어휘력이 풍부한 어린이는 그만큼 IQ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어린이들은 보통 취학 연령이 되면 5천~6천 단어를 안다. 그런데 이러한 어휘력은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독서를 통해 얻어진다.

앞으로 어린이들이 살아갈 21세기는 정보화사회이며, 지식 기반의 사회이다.

지식을 암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식을 모아 분석하고 재창조하는 사람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또 EQ(감성지수)가 발달해야 경쟁력이 높아진다.

독서는 지식과 경험을 쌓게 할 뿐만 아니라 사고력과 정서 발달을 촉진한다. 책을 읽으면서 감동하고 기뻐하며, 눈물을 흘리기 때문에 정서가 풍부해진다. 따라서 21세기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승리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보자. 학부모들은 물론이고 교사들조차 공부에 지장을 줄까봐 아이들이 책 읽는 것을 꺼린다.

피아노.미술.수영 등 온갖 예체능 훈련을 시키고 교과서 외의 책을 읽을 틈을 주지 않고 있다.

이를 우려한 정부가 지난해 범국민 독서 운동을 벌였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피아노를 좀 못 친다고 해서 아이들이 정서를 해칠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지 않아서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아는 것이 별로 없을 때 다른 아이들로부터 무시당하고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언어 발달이 부진하면 학교 공부가 순조롭지 못할 수밖에 없다.

폭넓은 독서로 길러진 언어 능력은 학습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고 학교 생활을 순조롭게 할 것이다.

어린이들의 독서는 가정에서 시작된다. 부모들은 자녀의 육체적 건강을 걱정하면서 정신 건강엔 소홀하다.

육체적 건강이 나빠서 청소년이 탈선하는 사례는 드물다.

문제는 정신에 있다. 독서는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보약이기도 하다.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처럼 독서도 그렇게 해야 한다.

한철우 (한국교원대.독서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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