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돈벌기] 구로동 주택 2억에 산 김우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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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법원 경매시장에서 투자자들이 꺼리는 대상 중의 하나가 세입자가 많은 물건이다. 전세금을 물어주는 경우가 많고 세입자를 내 보는 일 또한 번거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부동산이라도 낙찰 대금에서 배당을 받는 세입자들이 많거나 세입자들과 재계약할 수 있는 케이스라면 얘기가 다르다. 그런 물건은 우선 낙찰금 외에 세입자에게 대신 물어줘야 하는 추가 부담이 적어 실제 낙찰금 규모보다 적은 돈으로 투자가 가능하고 명도비용도 안든다.

장사를 하는 김우철(45)씨는 지난해 가을 여윳돈 2억원으로 투자할 만한 경매 물건을 찾던 중 경매컨설팅업체로부터 서울 구로동에 있는 대지 50평의 3층짜리 다가구주택을 소개받았다.

3층에 사는 소유자가 1995년 12월 은행에 집을 담보로 3억원을 대출했다가 갚지 못해 경매에 부쳐진 물건이었다.

김씨는 감정가가 3억8천만원인 집이어서 준비한 투자금으로는 어림없을 것이란 생각이 앞서는 데다 세입자가 5명이나 돼 망설였다. 그러나 권리관계를 꼼꼼히 살펴보고 직접 세입자들을 만나본 뒤엔 생각이 바뀌어 응찰을 결심했다.

우선 세입자 5명 중 4명이 선순위 세입자이거나 소액임차인이어서 낙찰대금에서 우선 배당을 받는 사람인 것으로 확인됐다.

1층 세입자의 경우 은행 근저당보다 앞선 95년 10월에 전입과 함께 확정 일자를 받아뒀기 때문에 전세금 3천만원 전액을 받을 수 있고 1층의 또 다른 세입자(전세금 2천만원)와 지하층 세입자 2명(전세금 1천만원과 8백만원)은 소액임차인이어서 1천2백만원 한도에서 우선 배당받을 상황이었다.

2천만원짜리 전세를 사는 세입자의 경우 8백만원을 덜 받게 돼 손해를 보지만 어차피 후순위 세입자이기 때문에 그 차액을 낙찰자가 대신 물어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알게 됐다.

무엇보다 세입자를 만나 일일이 확인한 결과 모두 재계약할 의사가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지난해 11월 3차 경매에 참여한 김씨는 경쟁자가 별로 없을 것으로 판단해 최저가 2억4천만원보다 1백만원을 더 써내 낙찰했다.

세금과 집 수리비용 등으로 2천4백만원이 더 들었고 선순위 세입자였으나 확정일자를 받아두지 않아 배당을 받지 못한 2층 세입자의 전세금 6천만원을 물어줘 총 투자비로 3억2천5백만이 들었다.

하지만 예상대로 세입자 5명 모두와 현재의 전세금 그대로 재계약함으로써 실제 들어간 돈은 전세금 총액 1억2천8백만원을 제외한 1억9천7백만원이었다.

세입자들과 재계약하는 바람에 이사비 등 명도비용은 한 푼도 들지 않았다.

결국 김씨는 당초 투자 준비금 2억원만으로 시가 4억원(감정가 3억8천만원)이 넘는 다가구주택을 소유하게 된 것이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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