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대법관 제청 특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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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3일 발표된 신임 대법관 임명제청의 특징은 ▶사법시험 합격순서에 따른 서열보다는 능력.전문성 중시▶연령.지역안배 등으로 요약된다.

특히 인선 과정에서 화려한 경력 대신 전문성과 청렴성을 고려한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여 사법사상 처음으로 실시되는 대법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 세대교체를 위한 발탁〓유력한 대법관 후보로 꼽히던 사시 6회의 강봉수(姜鳳洙)서울지법원장과 권광중(權光重)사법연수원장이 모두 탈락하고, 손지열(孫智烈)법원행정처차장 등 사시 9회 2명이 발탁된 데 대해 법관들은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지난해 10월 취임 후 첫 인사에서 전국 법원장 24명을 전원 교체하고, 고시 출신들을 대부분 퇴출시킨 최종영(崔鍾泳)대법원장의 인사개혁 소신이 담긴 후속편이라 할 수 있다.

즉, 만성적 인사체증에 시달려온 법원조직에 숨통을 틔우고 세대교체를 가속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인사청문회를 의식한 점이 두드러진다.

대법관 임명제청자들은 대부분 다수의 학위논문을 내는 등 법이론에 밝고 청렴성이 돋보이며, 민사수석부장 등 법원 내부에서 전문성을 인정받는 자리를 거친 법관들이다.

崔대법원장은 이들에 대해 재산문제 등을 철저히 검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제청자 6명을 출신지역별로 보면 ▶호남권 2명▶대전.충청권 1명▶서울.수도권 1명▶영남권 2명이어서 지역안배도 염두에 둔 것으로 평가된다.

법관들은 임명제청자들의 그동안 판결 경향이 '법적 안정성' 보다는 '구체적(실체적) 타당성' 을 더 중시했었다며 "앞으로 시대 조류에 걸맞은 탄력적이고 유연한 판례 변화가 기대된다" 고 입을 모았다.

◇ 후속 인사 태풍〓후속 인사가 대대적으로 있을 전망이다.

현직 법관 중 고시 15회부터 사시 6회까지가 10명, 그리고 대법관에 발탁되지 못한 사시 8회가 10명이기 때문에 이중 8회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간부들이 사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고법원장급 3명이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한 후속 인사로 사시 10~11회의 법원장 승진이 확실시된다.

또 다음달 21일자로 예정된 고법부장 인사에서는 사시 19회(20명)에서 10명 가량이 승진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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