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남편이 바람 피우더라도 지나치게 참견하지 마시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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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양(瀋陽)시 다둥취(大東區) 혼인등기소(혼인신고소)로 혼인신고를 하러 간 양훙(楊紅)씨는 벽에 붙어있는 게시물을 보고 경악했다. ‘특별한 알림’이란 제목의 이 게시물은 다행히 사람들 눈에는 잘 띄지 않는 곳에 붙어 있었다. 양훙씨는 “이런 여성 편파적인 글을 써놓다니 정말 심하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게시판 4개에 붙어 있는 문구는 ‘한 개의 무는 하나의 구덩이에서만 난다’라는 속담으로 시작된다. 이는 결혼을 비유한 속담이다. 하지만 게시물에는 “남녀를 불문하고 능력 있는 사람 이라면 ’한 개의 무일지라도 구덩이는 여러 개 일 수 있다’”는 글귀가 적혀있었다.
심지어 “서로 좋은 감정을 몇 십 년 지속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며, 남편의 탈선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는 말도 적혀있었다.

등기소 관계자는 게시물 내용은 3~4년 전 인터넷에서 찾아 적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 인생을 시작할 신혼부부들이 서로 이해와 화해의 마음을 갖고 부부관계를 시작하도록 도움 주고자 유머 있게 전달하려 했던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문제의 글에 대해 시민들은 “왜 여자만 참아야 하나”, ”부부 감정은 서로 존중과 배려로 지속시키는 건데 참고 살라는 거냐”, “결혼등기소에 이런 게시물이 있다니 어이없다”는 등 격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등기소 측은 빠른 시일 내에 문제의 게시물을 없앨 것이라고 밝혔다.

선우경선 중앙일보 중국연구소(kysun.sw@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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