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지혜] 부부싸움 '재방송' 절대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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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부부싸움은 전혀 안하는 것보다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것은 상대방을 거꾸러뜨려야 하는 승부가 아니다.서로 다른 의견을 강하게 표현해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일 뿐이다.둘다 이기는 싸움,윈-윈 게임이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젊은 시절 우리 부부가 싸울 때 최대 무기는 ‘침묵’이었다.침묵이 가져오는 ‘냉전’은 내가 제일 싫어 하는 부부싸움의 형태다.침묵은 흔히 장기화되고 또 그럴수록 서로의 상처는 깊어진다.자신의 잘못이 인정되면 쑥스러워하지 말고 바로 인정해야 한다.

절대 피해야할 것은 폭력.폭력만큼은 단 한번도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또 기억할 것은 부부싸움엔 관중이나 응원이 필요없다는 점이다.부부싸움했다고 집을 나서거나 소문내지 말고 집안에서 해결하자.

가벼운 말다툼으로 시작된 부부싸움이 파국으로 치닫는 이유 중의 하나는 상대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기 때문.절대 건드리면 안되는 상대의 상처는 침범하지도 말고 괜히 찔러보지도 말고 피해가라.또 한가지 부부싸움의 원칙은 재방송 절대금지.과거로 돌아가 그 때 그 사건을 연속 상영하면 결국은 상대에게 질리게 될 수 밖에 없다.

옛부터 ‘말이 문서된다’는 말이 있다.아무리 크게 싸우더라도 “헤어지자·이혼하자·끝내자”등의 막말은 어금니 꽉 물고 참아야 한다.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도 일단은 6개월 이후로 미루자.감정이 격해져서 성급한 결정을 내리면 일생일대에 후회할 수 있다.

살다보면 용서할 수 없는 일들을 만날 수도 있다.하지만 최대의 복수는 깨끗이 용서하는 것.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것이야말로 부부니까 할 수 있는 일이다.

30년 가까이 살다보면 아무말 하지 않아도 뭐가 필요한 지 알 수 있게 된다.세월은 겸손을 가르치고 그러다보면 싸움은 필요없어진다.서로 함께 하는 시간들이 소중할 뿐이다.

<주부통신원 박복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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