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학] 외국에도 재벌이 있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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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일본과 미국에도 재벌과 비슷한 형태의 기업집단이 있습니다. 그러나 속내를 보면 회사가 돌아가는 방식은 사뭇 달라요.

일본에는 '게이레쓰' (系列)란 게 있습니다. 게이레쓰는 하나의 모회사가 수십 개의 자회사를 거느리는 기업집단입니다.

재벌의 모회사가 갖는 자회사 지분이 대개 30% 정도인 데 비해 게이레쓰는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의 거의 대부분을 소유합니다. 따라서 게이레쓰의 운영 방식은 중앙집권적이며, 이 점은 재벌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게이레쓰에선 최근 오너가 경영을 직접 맡는 경우가 거의 사라졌습니다. 대표적 게이레쓰인 도요타에서도 오너가 지난해 경영에서 물러났고, 도요타 일가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맡는 체제로 바뀌었습니다.

재벌은 계열사 업종이 아주 다양한 데 비해 게이레쓰는 계열사간 연관성이 많다는 점도 다릅니다.

한편 미국에는 '콩글로머릿' (conglomerate)이 있습니다. 이는 많은 계열사를 거느리는 대신, 회사 안에 여러 사업부를 만들어 몸집을 키운 공룡 회사를 말합니다.

콩클로머릿은 여러가지 사업을 벌인다는 점에서 재벌과 비슷하지만, 회사 경영은 오너가 중심이 아닌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국내 재벌에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라' 고 하는 것은 바로 이같은 선진국의 경영형태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입니다. 이사회 중심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되면 전문경영인이 잘못했을 경우 책임지고 스스로 물러나거나 이사회에서 해임을 결정할 수 있는 등 책임경영 체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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