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반발 삭발 여의사 "지금 진료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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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환자가 너무 보고싶어요."

의약분업안 개선을 요구하며 2월 17일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삭발했던 윤민경(32·여)원장. 그가 폐업에 이의를 제기하고 환자에게 돌아갔다.

그는 삭발 이후 '의료계의 잔다르크'로 불리며 의권쟁취의 투사로 나섰다. 지난달 18ㅓ일 제주도 북제주군 조천면 조천의원 원장이라는 명함을 던지고 의협의 의권쟁취투쟁위원회 상근을 자임했다.

그가 의료계의 폐업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에는 의권쟁취투쟁위원직을 그만두고 조천의원 원장에 부임했다. 의사협회 집행부의 폐업 방침에 "정부와 의료계의 싸움에서 왜 힘없는 환자가 희생돼야 하느냐"며 환자 곁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는 2월 의사의 단결이 필요하다며 집행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의도에서 머리를 깎았다. 당시 그는 정부가 의료계를 의료보험 수가나 올리려는 집단이기주의로 모는 데 참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걱정하는 동료들에게 "머리는 다시 자랄 수 있지만 이번이 아니면 언제 의권을 확립할 수 있겠느냐. 예쁜 모자나 사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날 이후 어떻게 할까 고민을 거듭하느라 그는 몸무게가 8kg 빠졌다.

머리깎은 딸을 보고 눈물을 흘리셨던 어머니도 "네가 원한다면 서울로 가라"고 승낙해 상경, 의권쟁취투쟁위원회에서 일했다. 그는 대정부 전략을 짜면서도 폐업은 고려하지 않았다. 약사들의 임의조제를 막고 의사들의 1차 진료권을 찾기 위해서라도 불완전하나마 의약분업은 7월 1일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약사인 아버지가 진료행위를 하는 것을 보고 자란 탓에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분업을 해야 한다는 마음이 확고했다. 불완전한 부분은 일단 분업을 새행한 뒤 차차 고쳐나갈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정부 분업안의 문제점을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의료체계 전반을 개선하기 위한 계기로 삼아야 된다는 데 몇몇 간부들과 뜻을 같이 했다.

하지만 의협 집행부의 분위기는 그가 원하는 방향과 달랐다.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뉘었다.

폐업 강행이 결정된 날, 그는 서슴없이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그때 처음으로 "폐업을 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20일 기차를 탔다. 지방에서 개원한, 그날 폐업하지 않은 친구 병원을 찾아 진료를 보조했다.

그는 "정부가 7월 1일부터 보름간이라도 시범사업을 실시해 의약분업의 문제점을 고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의약분업의 문제점을 고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의약분업의 문제점을 고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의약분업의 불편은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을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경남 삼천포 출신으로 고신대 의대를 졸업한 후 1998년 평소 좋아했던 제주도에서 개업했던 그는 의료계가 폐업을 계속하는 22일 오후 조천의원 문을 열 예정이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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