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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 여자-연하 남자' 커플 꾸준히 증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사실 2∼3년전만해도 제 남편이 저보다 어리다는 걸 비밀로 했어요.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 싫었거든요.하지만 요즘은 남들이 묻지 않아도 내가 먼저 말해요.사람들이 특별한 일로 생각하지 않으니 편하거든요.”

5년전 2살 어린 남편과 결혼한 성지희(32)씨.결혼 당시 성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차마 남편이 연하라는 것을 알리지 못했다.누가 물어오면 동갑이라고 거짓말을 하거나 우물쭈물 대강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았다.하지만 요즘엔 달라졌다.성씨는 오히려 “5살 차이가 나는 최진실·조성민 커플을 보니 2살 차이밖에 안나는 게 억울한 걸요”라며 농담을 건넨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 1998년 결혼한 초혼부부 30만6천8백53쌍중 아내가 연상인 경우는 9.2%.93년의 8.3%에 비해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결혼전문업체인 (주)듀오에서 최근 성인남녀 7백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혼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연상녀·연하남의 결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답변이 86.6%를 차지한다.

여기에는 연예인들에게 나타나는 연상 커플도 지금까지의 인식을 바꾸는데 크게 일조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의 최진실·조성민 커플 뿐 아니라 4살 차이가 나는 이승연·김민종 커플과 모델 차승원씨 커플,6살 차이인 탤런트 권오중씨 커플 등이 가까운 예.멀리까지 눈을 돌리면 신성일·엄앵란 커플부터,20살 많은 부인과 결혼한 영화배우 안소니 퀸,연상의 이혼녀인 조세핀과 결혼한 나폴레옹까지 그 예는 무수히 많다.

또 요즘 젊은이들의 결혼관·배우자관의 변화도 연상연하 결혼 증가의 이유로 꼽힌다.

남성들의 결혼연령은 점차 낮아지는 반면에 여성들의 결혼은 늦어지는 것이 요즘 경향이다.결혼정보업체 듀오의 오미경씨는 “사회가 발전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남성들의 경우 일찍 결혼해 경제적 안정을 얻고자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특히 맞벌이를 원하는 남성들이 많고 이른 결혼을 원하는 25∼26세 남성들의 가입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최근의 새로운 추세”라고 전한다.

그와 반대로 여성들의 결혼 연령이 높아져 연상녀와의 결혼이 늘어나는 조건이 되고 있다.대부분의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원하고 결혼은 하나의 선택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늘고 있기 때문.99년 여성통계연보에 따르면 여성들의 평균 결혼연령은 87년 24.5세에서 98년 26.2세로 높아졌다.

한편 일부 정신과 전문의들은 연상녀와의 결혼이 늘고 있는 것은 모성애를 그리는 남자들,일명 ‘마마보이’가 많아진 것도 한가지 이유라고 분석한다.

강북삼성병원의 정신과 이시형박사는 “사회가 개방화되고 모성애를 그리는 남성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도 그 이유가 될 수 있다“며 “4∼5세 이상 나이 많은 여성을 아내로 맞았을 경우 남자들은 전통적인 남편의 권위나 위계질서를 내세우기보다 엄마에게서 느낄 수 있는 푸근함을 아내에게서 느끼려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생물학적인 측면에서 40대 중반의 남성과 20대의 여성,35세 이후의 여성과 20대 남성이 가장 적절한 조화라는 주장도 있다.

성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정신과 전문의 설현욱박사는 “남성들이 친밀감과 사랑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40대 중반을 넘어서야 가능하고,여성의 경우 35세 이상이 돼야 육체적인 사랑에 눈을 뜨므로 연상 여인과 연하 남성의 결혼은 생물학적으로만 본다면 이상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연상연하 커플들은 ‘사랑한다면 나이는 중요하지 않았다’는 것이 주된 의견.누나 친구와 사귀고 있다는 김모(25)씨는 “세밀한 부분까지 챙겨주는 누나가 정말 좋아 서로 힘들 때 기대는 사이가 됐다”며 “사랑엔 시간도 거리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6년 연하인 남편과 18년째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주부 정모씨는 “나이 어린 남편과 살다 보니 덩달아 10년은 젊게 사는 것 같아 좋다”며 연하남편 예찬론을 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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