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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마비 사태] 급한 산모, 여성 전문병원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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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의료계의 집단폐업으로 전국적인 진료 공백상태가 계속되고 있다.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더욱 불안하다.질병이 언제 악화될 지 모르는 데다 응급실이 있어도 혼수나 마비 등 응급상황이 아니면 비응급환자로 분류돼 응급실 진료가 거부되기 때문이다.폐업기간 중 환자들이 주의해야할 사항들을 분야별로 짚어본다.

◇ 암〓수술 스케줄이 갑자기 연기된 암환자들의 걱정은 암세포가 자라 다른 장기로 퍼지지 않느냐는 것. 그러나 위암이나 간암 등 덩어리 형태로 생기는 고형(固形)암은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강남성모병원 종양내과 홍영선교수는 "고형암의 경우 암세포 숫자가 2배로 증식하는 속도가 2~3개월 가량 되므로 1~2주일 연기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고 설명했다.

특히 유방암.전립선암 등은 진행속도가 더욱 느려 치료가 다소 늦어진다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백혈병과 같이 증식속도가 빠른 암은 예정대로 항암제 치료를 받아야한다.

암환자가 눈여겨봐야할 증상은 고열. 홍교수는 "38도 이상의 고열이 1시간 이상 지속된다면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해 감염됐음을 의미하므로 바로 응급실을 찾아야한다" 고 설명했다. 암환자들은 면역력이 떨어져 있으므로 사소한 감염에도 생명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만성질환〓고혈압이나 심장병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악화인자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적인 악화인자는 흡연과 과로. 특히 밤새워 신경쓰거나 과도한 육체적 활동은 뇌졸중과 심장발작의 직접적 원인이 된다. 외래진료가 차단된 의사들의 폐업기간엔 평소 업무량을 줄이고 무리하지 않아야 한다.

고혈압 환자의 경우 혈압약이 떨어졌다면 보건소 등을 찾아 평소 자신이 복용하던 약과 종류가 다르더라도 계속 복용해야한다.

삼성서울병원 내과 이원로교수는 "약을 갑자기 끊게 되면 혈압수치가 2백 이상으로 치솟아 뇌출혈 등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을 일으킬 수 있다" 고 강조했다. 평소 협심증을 앓았던 환자라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혀 밑에서 녹이는 니트로글리세린을 지참하는 것이 좋다.

천식환자도 급작스런 호흡마비 발작에 대비해 기관지확장제 성분이 든 분무제를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뇨환자라면 수분섭취에 유념해야 한다. 물을 제대로 마시지 않으면 치명적인 당뇨 부작용인 고삼투압성 혼수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노원을지병원 내과 전재석교수는 "고삼투압성 혼수는 사망률이 50%에 이른다" 며 "혼자 사는 노인들 중 혈당조절이 안되는 당뇨환자는 가벼운 갈증도 간과해선 안된다" 고 강조했다.

만성축농증(부비동염)이나 만성중이염 때문에 항생제 등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는 폐업기간에도 약물복용을 빠뜨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이비인후과 박재훈원장은 "만성축농증이나 중이염 등 이비인후과 질환의 경우 4주 이상 항생제를 매일 빠뜨리지 않고 복용해야 완치할 수 있다" 고 설명했다.

조금 증상이 좋아졌다고 약물복용을 게을리하면 남아있는 염증이 다시 악화돼 지금까지 치료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척추디스크(추간판탈출증)를 앓고 있으나 수술 등 치료가 연기된 경우라면 꼼짝않고 드러누워 있기보다 가벼운 일상생활을 지속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부분의 디스크는 급성기를 지나면서 증상이 조금씩 좋아지며 누워 있기보다 조금씩 움직여주는 것이 이러한 회복기간을 앞당기기 때문. 그러나 갑자기 양쪽 다리가 무릎 아래로 당기는 증상이 나타나거나 발목을 들어올리기 힘들 정도로 근육의 힘이 빠진 경우, 소변이 나오지 않는 경우는 디스크가 심하게 빠져나와 척수신경의 마비를 초래한 경우이므로 바로 병원 응급실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한다.

◇ 응급대처〓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간단한 응급처치법은 알아두는 것이 좋다. 응급실이 북새통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응급실에 도착해도 처치를 제대로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교통사고의 경우 급한 마음에 함부로 환자를 후송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연세대의대 재활의학과 전세일교수는 "환자를 옮기다 목뼈를 다쳐 사지마비가 올 수 있다" 고 설명했다.

꼭 옮겨야하는 경우는 환자의 목이나 척추가 비틀리지 않게 일자로 나란히 움직여야한다. 뼈가 부러졌을 땐 억지로 바로 맞추려 하지 말고 원래 상태 그대로 병원에 옮기는 것이 좋다. 억지로 맞추다가 혈관이나 신경을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피가 날 경우엔 지혈대로 묶기보다 출혈 부위를 깨끗한 천을 대고 세게 눌러주는 방식이 좋다. 머리를 다친 다음 심한 두통과 구토가 동반되면 뇌혈관에서 출혈이 생긴 것이므로 지체없이 응급실을 찾아 컴퓨터단층촬영검사(CT)를 받아야한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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