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의료계폐업 첫날 전국이 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의료계가 결국 집단폐업을 강행했다.

이로 인해 병원을 전전하던 환자가 목숨을 잃거나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고, 예정보다 이르게 출산한 아기가 숨지는 등 진료 대혼란이 현실로 나타났다.

정부는 국.공립병원과 군병원.보건소 등을 총동원, 비상진료체제를 가동하고 있으나 폐업한 동네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을 수용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비상진료에 나선 전국의 국.공립병원과 보건소는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보건복지부는 20일 정오 현재 서울을 제외한 1만9천42곳의 동네의원 중 92.3%인 1만7천5백87곳이 폐업했으며, 서울대.세브란스.중앙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70여곳의 대형병원들이 외래진료를 거부했다고 발표했다.

의사협회 집행부는 서울 동부이촌동 의협회관에서 '약사법 즉각 개정과 의약분업 전면 유보' 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였으며, 의사들은 지회별로 모여 집회를 열었다.

의협 산하 의권쟁취투쟁위원회는 이날 긴급 중앙위원회를 열고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 고 밝혀 폐업을 철회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의쟁투 사승언(史承諺)대변인은 "폐업투쟁 종료 여부는 전 회원의 투표와 23일 오후 2시 대표자 결의대회를 통해 결정할 것이며 폐업강행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 고 말했다.

1만6천여명의 전공의 중 대부분이 병원측에 사표를 제출하고 진료를 거부했으며, 전국 41개 대학의 의대생들도 동맹휴업을 결의하고 학사일정을 거부했다.

대한약사회 전국 시도지부장들도 긴급 모임을 열고 정부가 주사제를 분업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훼손된 의약분업에 참여할 수 없다고 선언하는 한편 의료계가 폐업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정부는 의료계의 폐업에 대해 국.공립병원, 군병원, 보건소에 외래환자 진료를 담당케 하고, 한방병원과 한의원에 오후 10시까지 연장영업토록 하는 등 비상진료체제를 가동했다.

정부는 또 폐업한 의료기관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으며, 위반자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을 내리고 의사자격을 1년 동안 정지하기로 했다.

의료계가 폐업에 돌입하자 경실련.건강연대 등 시민단체에 "어떻게 사람 목숨을 볼모로 집단행동에 나설 수 있느냐. 의사들은 이성적인 대화에 나서라" 는 시민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의약분업 정착을 위한 시민운동본부는 의료계의 집단폐업이 의료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김재정(金在正)의사협회장과 신상진(申相珍)의권쟁취투쟁위원장을 서울지검에 고발했다.

신성식.기선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