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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박인성 회장, 메로 처음 먹고 “이거다” … 남극 어획권 뚫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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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100만원.”

박인성 인성실업 회장이 원양에서 급속 냉동해 품질을 높인 ‘초저온 웰빙 명태’ 출시계획과 크릴새우를 이용한 친환경 사료 개발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인성실업 제공]

인성실업 박인성(71) 회장이 직원들과 회식할 때 외치는 건배사다. 그는 비상장 회사주식 15%를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그는 “말단 직원까지 사주이니 내가 세상을 뜬 뒤에도 주가 100만원짜리 회사로 만들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노년의 회장은 매일 새벽 네 시에 일어나 두 시간 정도 경영구상을 한다. 그는 “유능한 직원들이 많지만 회사의 나쁜 상황은 최고경영자가 꼭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일손을 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금도 그는 1년에 4~5개월은 칠레나 아르헨티나 등 회사 선박이 나가있는 곳을 찾는다. 그는 “고기 잡는 일이 제일 재미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니 늙지도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그의 도전은 계속된다. 원양에서 잡은 명태를 기존의 암모니아 대신 프레온을 사용해 급속 냉동한 ‘초저온 웰빙 명태’도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 최초로 남극해 어장을 개척한 배경은.

“우리나라와 가까운 해역에서 유자망으로 잡던 오징어가 유엔해양법이 바뀌면서 조업이 불가능해졌다. 그래서 오징어 대체 어장을 개척하려고 1992년 칠레로 향했다. 집사람과 방을 얻어놓고 40일간 자취하며 항구를 들락거렸는데, 이론은 모르지만 현장에 가면 어떻게 조업을 해서 가공 후 누구에게 팔아야 할지를 알게 된다.”

-메로를 개발한 뒷얘기가 궁금하다.

“칠레 식당에서 15달러짜리 생선회를 먹었는데 맛이 기막혔다. 더 시켰더니 극한 지역의 2000m 수심에 사는 메로라는 생선이라 없어서 못 준다고 하더라. 이거다 싶어 칠레 군 출신 인사에게 선을 대 헬기로 남극해 어장을 찾아갔다. 남극생물자원보존기구 소속 과학자들과 접촉한 끝에 어획권을 딸 수 있었다.”

-당시 국내에는 잘 안 알려진 생선이었을 텐데.

“메로를 들여왔지만 판로가 막막했다. 강원도에 덕장을 만들어 명태처럼 말려봤지만 불포화지방이 많아 마르지 않았다. 그래서 골프장 사장들을 초청해 회와 각종 메로 요리를 시식하게 했다. 입소문을 타고 골프장에서부터 고급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크릴새우로 사료를 만드는 작업은 어디까지 진척됐나.

“저품질 어분을 사용한 사료나 항생제와 살충제를 쓴 원료로 만든 사료를 먹이면 결국 사람이 영향을 받는다. 그만큼 사료가 중요하다. 시범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에도 부지를 마련해 크릴새우로 만든 사료로 가축을 키우는 시험을 한다. 남해안 양식장에서도 이런 사료를 써보고 있는데, 이렇게 키운 생선과 고기는 내가 직접 먹어본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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