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추진 공동도매센터 실효성 크지 않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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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정부는 지난 10월 ‘중소 소매업 유통체계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중소기업청 산하에 ‘중소 소매 유통본부’를 설치, 제조업체와 직접 구매협상을 해 가격을 낮추고 전국 155개 공동도매센터에서 일괄 배송함으로써 물류비용을 줄이겠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서울 종로 푸른마트 주인 정흥우씨는 “정부가 추진하는 공동도매센터는 전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닐 테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청난 투자가 들어가는 일인데, 지금은 정부에서 예산을 들여 운영을 맡아주겠다고는 하나 정책이 바뀌면 나중에 물류비를 누가 부담하느냐”는 주장이다. 공동물류를 하게 되면 현재 경쟁력 있게 관계를 맺고 있는 기존 거래선이 흐트러질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동네 소매점이 어려운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경제적 여력이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자금 지원과 직원이나 사장에 대한 교육을 희망한다. 자금 지원은 매장 시설을 개선하는 데 주로 쓰이는데, 5000만원이 필요하다면 2000만원은 정부가 지원해주고 3000만원은 저리로 융자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기도 시흥 킹마트 주인 윤중식씨는 “장사는 내가 하는 것이지 누가 대신해 주는 게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장사 경험 없이 상권에 비해 과도한 규모로 매장을 낸다든지, 제품 구색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묘안을 찾지 못하기 때문에 동네 수퍼가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불만도 많다. 이들은 사업조정 신청의 토대가 되는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이나 ‘유통산업발전법’ 같은 관련 법이 하루 빨리 정비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상생법은 원래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관계를 전제로 한 것인데 뜬금없이 SSM의 신규 출점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차라리 매장 면적이나 영업시간을 어떻게 하라고 법으로 명확히 해주면 그 기준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사전 조정 권한을 가진 서울시도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해 난감해한다. 이종범 서울시 생활경제담당관은 “지금까지 SSM과 지역 상인 양측을 수차례 만나봤지만 자율 조정이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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