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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남북시대에 가보는 6·25 전적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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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는 통일에 대한 열기가 초여름 무더위만큼이나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 전쟁을 지양하고 평화통일을 이룩하자는 합의가 이뤄져 국민들의 남북왕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반세기 전에 발발한 한국전쟁은 현대사에 씻지못할 비극으로 아직도 그 상처가 아물지 않은 채 분단의 아픔으로 남아있다.

한국전쟁중 격전지 아닌 곳이 없지만 북한군의 서울 진입을 저지하다 8명의 포병이 산화(散華)한 의정부 축석령전투, 낙동강 교두보로서 대구함락을 지켰던 다부동.왜관과 경주 안강전투, 유엔군 총반격의 계기를 마련해 준 진주전투 등이 유명하다.

민족의 아픔이었던 50년전 그날의 흔적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지만 한반도에는 모처럼 해빙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전국에는 7백2개의 참전기념조형물이 조성돼 있기도 하다.

이번 주말 자녀들의 손을 잡고 한국전 최대 격전지를 찾아 호국선열들의 넋을 기리며 주변 관광명소도 둘러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려보자.

◇ 축석령〓국도 43호선을 따라 포천에서 의정부로 들어오는 관문이다. 1950년 6월26일 국군 포병대는 포천에서 내려오는 북한군 전차를 저지하기 위해 1백5㎜포로 사격을 했으나 파괴하기에 역부족이었다.

그러자 김풍익대대장은 정세풍포대장.6명의 분대원과 함께 축석령을 지나는 적전차를 1백여m 거리에서 조준사격해 명중시켰으나 뒤따라 오던 적전차의 집중포화를 맞고 산화했다. 이 결과 적의 진군을 늦춤으로써 서울함락을 지연시킬 수 있었다.

근처에는 광릉.수목원.문화의 마을로 조성된 고모리가 있어 서울근교 하루 나들이 코스로 적격이다. 고석정.산정호수가 있는 철원으로 이어지는 길가에는 이밖에도 육사생도 참전비.태국군 참전비 등을 찾아볼 수 있다.

◇ 임진강〓서울에서 임진각까지 연결되는 통일로와 자유로가 관통하고 있다.

임진강지구 전투는 육군 제1사단이 전차 1개 연대를 앞세우고 남하하는 북한군 1.6사단을 맞아 한국전이 발발한 날부터 서울이 함락되던 6월28일까지 4일간 격전을 벌였던 방어전투였다.

제1사단은 서울의 함락으로 퇴로가 차단되자 막대한 인명피해를 입으면서 행주 이산포나루에서 한강을 도하해 시흥으로 철수했다.

자유로를 따라가면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오를 수 있고 임진각과 황희 정승이 머물렀던 반구정, 율곡 이이를 모신 자운서원, 율곡선생이 제자들과 학문을 논했다는 화석정 등이 있다.

이밖에 종군기자 추념비.육탄 10용사 충혼탑이 있는 통일공원을 비롯해 미군 참전비.해병대 제1상륙사단 선양비 등 국내에서도 가장 많은 22개의 전적비와 충혼탑이 곳곳에 있다.

◇ 왜관.다부동〓왜관은 경부선 철도와 김천~대구를 잇는 국도 4호선, 다부동은 안동~대구를 잇는 국도 5호선이 통과하는 교통의 요충지다.

왜관-다부동을 잇는 방어선이 함락되면 부산까지 밀리게 되므로 UN군은 적의 남하를 필사적으로 저지했다.

북한군은 '해방 5주년 기념식을 대구에서 거행한다' 는 김일성의 독전(督戰)으로 공세를 강화했다. 그만큼 피아간의 피해도 커 8월 한달간 국군과 북한군의 희생자만 3만명을 헤아릴 정도였다. 이것이 그 유명한 왜관.다부동 전투다.

북한군의 야포는 사정거리가 20㎞. 왜관~대구는 25㎞가 넘었으나 왜관을 빼앗기면 10㎞후방인 도덕산까지 장악돼 대구가 사정권안에 들어오므로 유엔군은 필사적으로 왜관과 다부동을 지켰다.

왜관읍이 내려다 보이는 군사적 요충지였던 328고지는 정상의 주인이 15번이나 바뀌는 혈전이 계속됐다. 그러나 북한군의 9월 대공세로 9월5일 함락되면서 10여일간 적의 수중에 들어 대구시내에 포탄이 떨어졌었다.

다부동에는 전적기념관.전시실.조지훈 시비 등이 있어 당시의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 경주 안강〓경기도 연천 초성리에서 북한군과 최초로 접전했던 보병 제1연대는 8월13일 안강지역으로 이동해 방어선을 구축했다.

적 제12사단의 대공격으로 9월6일~8일 완전 고립된 상황에서 연대장 한신장군과 장병들이 북한군의 남하를 저지하므로써 낙동강방어선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신라 천년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경주는 어디를 가나 신라문화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기념비로는 제1연대 전적비와 안강지구 전승비.월성 전적비.전몰학병 추념비가 세워져 있다.

◇ 진주〓1950년 8월 서해안을 따라 남하하던 북한군은 호남지방을 장악하고 국도 2호선을 따라 부산을 위협했다.

여기에 적의 주공격이 대구로 집중되자 대구의 압력을 완화시키기 위해 진주에서 대대적인 전투를 벌였다.

미 25사단은 북한군 6.9사단과 장성점 서북쪽 무명고지를 놓고 치열한 전투를 벌임으로써 '피의 협곡' '포병의 무덤' 이라 불리울만큼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또한 이 지역을 장악했던 북한군의 공격을 저지함으로써 유엔군이 총반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경호강과 덕천강이 만나는 진양호에는 국민관광지가 조성돼 있고 고려 공민왕 때 창건된 촉석루, 논개를 모신 외가사, 석기.청동기.월삼국.가야시대와 임진란 당시의 유물을 전시한 국립진주박물관, 평민문화의 애환이 깃든 자물쇠.장식을 전시한 태정민속박물관, 유수리 공룡발자국 등을 찾아볼 수 있다.

글.사진〓김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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