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세대] 전문가 한마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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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요즘 n세대가 문화생산자로 거듭나고 있다는 주장을 자주 접하게 된다.

이는 n세대가 단순히 부모의 경제력에 기대어 디지털 상품을 구입하고 소비하는 '덜 자란 아이들' 이 아니라 엄연한 '문화 주체' 라는 의미다. 과연 그럴까.

지금의 문화지형에서 n세대를 문화생산자라고 부르는 것은 매우 정확한 사실인 동시에, 매우 위험한 주장이다.

먼저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이미지의 무한모사(simulation)와 조합을 통해 기존의 문화권력을 어느 정도 해체하고, 수많은 보통사람들에게 문화생산의 가능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n세대는 성장과정을 통해 내면화한 디지털 감수성을 활용해 현재 디지털 문화산업의 일부 영역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공중파 방송의 게임해설자, 주간지의 문화비평가로 이들을 만나는 것이 낯설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이는 문화산업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만 타당한 이야기다.

그러나 n세대 중 극히 일부가 소비주체의 수준을 벗어나 문화노동의 연령을 낮추어 산업에 기여했을 지는 모르지만, 일반적으로 문화적 감수성과 권리를 통한 자유로운 문화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n세대의 문화산업 진입은 몇몇 성공을 통해 또다른 성공신화와 소외만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 청소년은 스타크래프트의 폭력성과 DDR의 획일적 대중문화산업에 너무나 당연하게 적응하고 있다.

따라서 n세대가 진정한 문화생산자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서는 어른들이 얄팍한 '장삿속' 을 버리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그리고 n세대 스스로는 어른들이 심어준 '성공지상주의' 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감수성에 입각한 문화생산, 즉 다양하고 자유로운 콘텐츠를 생산하는 실험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가능성은 어른보다 n세대에게 더욱 더 잠재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원재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정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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