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읽기·쓰기 도와주는 가족노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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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어린이들이 책을 읽으려들질 않아요. 쓰기는 더 말할 것도 없고요. 가장 싫은 숙제가 일기와 독후감 쓰기라나요. "

교사와 학부모들이 요즘 공통으로 안고 있는 고민거리다.

아이들이 문자와 멀어지고 있다.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는 영상 매체에 길들어 있기 때문이다.

읽기와 쓰기는 생각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활동이고, 읽고 쓰는 과정에서 사고력이 발달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어떻게 하면 어린이들을 자연스럽게 읽고 쓰도록 유도할 수 있을까? 우리 집 거실 탁자 위에는 항상 두 권의 노트가 놓여 있다.

한 권은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는 메모장이다. 아침에 엄마가 출근할 때 아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적거나, 아이가 집에 혼자 있다가 외출할 때 자신의 행선지를 알리는 글을 남기기도 한다.

나머지 한 권은 평소 아이에게 읽히고 싶은 신문 기사를 오려 붙이고 엄마 생각을 적기 위한 것이다.

여백에는 아이의 생각을 적는 칸도 마련했다. 처음에는 내 생각만 읽고 자기 생각 쓰기를 망설이던 아이가 며칠 뒤부터는 칸을 메우기 시작했다.

2년 넘게 계속된 이 활동은 나와 아이를 열띤 토론의 장으로 이끌어 낼 때도 있다.

이따금 내가 기사를 챙기지 못할 때면 초등학교 5학년인 아이가 관심 있는 기사나 사진.만화.광고까지 스크랩하고, 자신의 생각을 먼저 적는 일도 잦아졌다.

부모와 자식, 선생님과 학생 사이에 진지한 대화 시간을 갖기 힘든 현실에서 이러한 활동은 서로 생각을 전하는 데 훌륭한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

어린이들에게 사회 문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주며, 특히 읽고 쓰고 생각하는 힘을 길러 주는 NIE 활동, 지금 당장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한진숙 <중앙일보 nie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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