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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가 있는 아침 ] - '보림사 참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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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김영남(1957~ ) '보림사 참빗' 전문

먼 보림사 범종 소리 속에
가지산 계곡 예쁜 솔새가 살고 있고,
그 계곡 대숲의 적막함이 있다.
9월 저녁 햇살도 비스듬하게 세운.

난 이 범종 소리를 만날 때마다
이곳에서 참빗을 꺼내
엉클어진 내 생각을 빗곤 한다.



절에 가는 마음은 무엇 때문일까? 범종 소리를 듣고 참빗으로 머리를 빗으러 간다. 아니다. 그 참빗으로 헝클어진 생각을 빗으러 간단다. 참빗으로 마음도 빗나? 시적 논리다. 상상력도 이만 해야 시를 쓸 수 있지 않을까. 현대시의 종자받기란 늘 이런 식이다. 엉뚱하다. 엉뚱할수록 시적 감동이 커진다. 범종 소리와 참빗이 그렇지 않은가.'그러니 절에 갈 때는 참빗부터 챙겨라!' 경대 앞에서 머리를 빗고 쪽을 지던 어머니의 단정한 모습, 범종 소리가 그 참빗을 불러온 것일까. 장흥 보림사는 구산선문 중 맨 먼저 열린 가지산파의 대표적인 사찰이다.

송수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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