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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러시아 방문 사흘째 "북핵 서둘 이유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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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러시아를 방문 중인 노무현(사진)대통령은 22일 북핵 문제와 관련,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는 한 우리가 조급하게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기자단과의 조찬간담회에서 "탈북자 집단 입국과 한국의 핵물질 추출 및 농축, 미 대선후보들이 언급한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표현 등으로 북핵 문제에 일부 장애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 시절 거의 마무리 단계까지 갔던 북.미관계가 (미국) 대통령이 바뀌면서 (모두) 달라졌다"며 "향후 북.미관계도 (11월 대선에서) 대통령이 결정되면 다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 "푸틴, 직선적이고 실질적"=노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첫인상은 차갑게 보이는데 실질적인 사람이더라"라고 평했다. 또 "책에서는 그가 비밀스럽다고 하는데 말을 감추거나 숨기거나 하는 느낌을 못 받았다"며 "직선적으로 얘기해 신뢰를 주는 분"이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회담에서도) 메모지를 감추지 않고 넘기면서 주제에 바로 접근해 일사천리로 정리가 됐다"며 "의중 탐색으로 머리를 써야 하는 부담이 없어 편했다"고 밝혔다. 김종민 대변인이 "푸틴 대통령의 말 스타일은 '지방질이 없다'고 표현된다"고 하자 노 대통령은 "아주 좋은 표현"이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개인별장(다차)에서 가졌던 비공식 만찬 회동을 소개하며 "남북관계, 핵 문제, 6자회담과 동북아 문제, 러시아의 위치 등에 대해 학문하는 사람들의 토론처럼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식만찬 때 '아침이슬'과 '선구자'에 이어 '부산 갈매기'를 연주하더라. 이 사람들이 내가 무슨 노래를 좋아하는지 다 조사한 모양이더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만찬 후 "크렘린 내부를 구경시켜 주겠다"며 왕관홀 등 3개 주요 홀을 15분 동안 안내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22일 모스크바 대학에서 연설했으며, 명예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 학생이 "20대로 돌아가면 뭘 하고 싶으냐"고 묻자 노 대통령은 "모스크바의 대학생이 돼 이 자리에 있는 여학생 중 한명과 결혼하고 싶다"고 해 폭소를 자아냈다. 노 대통령은 러시아 등에 대한 3박4일간의 방문일정을 마치고 23일 오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모스크바=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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