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남북시대] 4강 공조외교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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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쉴 새 없이 전화기를 잡고 계신다."

박준영(朴晙瑩)청와대 대변인은 18일 金대통령 근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국내외 공감대를 확산해 6.15 남북공동선언의 후속조치가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하기 위해서" 란 것이다.

朴대변인은 "미국이 남북 정상회담 합의를 싫어할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끝까지 같이 갈 것" 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남북문제 해결이)어려움에 부닥칠 수도 있다" 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북한 미사일.핵 문제가 걸려 있는 데다 일본은 북한과의 수교회담이 미뤄지고 있는 형편이다.

반대로 북한 경제를 한단계 끌어올리는 데는 국제적 지원이 필수적이고, 특히 미국.일본의 협조가 필요하다.

朴대변인은 "북-미, 북-일 관계가 개선돼야 남북관계를 자주적으로 풀어나가는 것도 쉬워진다는 게 金대통령의 생각" 이라고 강조했다.

金대통령이 자주 개념을 반(反)외세가 아닌 4강과의 화합으로 새롭게 개념을 설정해 북한 김정일(金正日)위원장을 오랜 시간 설득한 것도 이런 생각 때문이란 것이다.

金대통령이 서울에 돌아온 뒤 4강 지도자와 '전화외교' 에 나선 것은 같은 맥락이다.

그리고 황원탁(黃源卓)외교안보수석과 반기문(潘基文)외교부차관을 미국.일본과 중국.러시아에 각각 특사로 보냈다.

17일 黃수석을 만난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한국측의 성의있는 태도에 감사하고 "앞으로도 긴밀한 협조를 해나가자" 고 말했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전했다.

미국은 무엇보다 주한미군과 핵미사일 문제가 가장 관심이다.

유럽 주둔 미군의 존재와 비교한 金대통령의 설명에 金위원장은 크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이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金대통령은 무려 6시간20분에 걸쳐 金위원장과 단독 대화를 나눴다.

미국으로서는 金대통령으로부터 金위원장의 반응을 좀 더 생생하게 직접 전달받고 싶을 것이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23일 방한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이 관계자는 관측했다.

베일에 싸였던 金위원장을 가장 오랜 시간 동안 만난 金대통령의 경험은 미국의 대북 정책 결정에도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북한은 미국.일본에 대한 외교 노력을 통해 북-미, 북-일관계를 정상화하고, 이를 통해 북한의 개방을 지원하려는 것이 金대통령의 구상이라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설명했다.

이것이 통일을 가로막는 이질성을 극복하는 길이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金대통령은 독일 통일과정을 깊이 연구해왔으며, 특히 독일 통일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던 주변국들이 통일을 묵인하기까지의 노력을 인상깊게 생각하고 있다고 한 관계자는 지적했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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