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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 절반이 부모 세대 중저음 노래 편안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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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쌀쌀해진 날씨나 사람들의 옷차림보다 더 빨리 계절이 바뀌었다는 소식을 전하는 게 대중가요다.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들이 전체적으로 템포가 느려졌다. 아무래도 경쾌한 댄스곡을 듣기에는 마음 한 구석이 스산해진 탓일 게다. 여자 가수 중에서 목소리가 가장 애절한 이수영(26)이 6집을 내고 이 가을 허전한 가슴들을 채우러 나섰다. 이수영의 6집 타이틀곡 '휠릴리'는 발매되자마자 온라인 음악사이트 쥬크온 차트 8위에 올랐다. 건장한 체격답지 않게 애절하게 노래하는 김종국의 '한 남자'와 곧 대결을 벌일 태세다. 6월 말 발표한 '한 남자'는 네티즌 입소문으로 꾸준히 인기를 얻다 이번 주에 쥬크온 차트 1위에 올랐다. 이수영에 대한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는 게 앨범 판매량이다. 그녀의 앨범은 평균 40만장 판매를 기록해 왔고 기획사 측에서도 앨범 판매량을 홍보 전략으로 삼곤 한다. 이번 앨범은 일본에서도 발매됐기 때문에 기획사 측에서는 100만장은 팔릴 거라는 믿기 어려운 전망을 내놓는다. 그러나 막상 이수영은 "판매량에 대한 부담은 없다. 그런 거 신경쓰다간 노래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몇 장을 파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좋은 음악을 만드느냐에 신경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부챗살처럼 펼쳐서 소리를 하나 하나 들어야 하는 음악이 있는 반면 일회용 젓가락처럼 만들어 어떤 음질로 듣든 비슷한 음악도 많아요. 그렇게 된 데는 제 잘못도 있을 거라 생각해서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이번 앨범은 보사노바.디스코.발라드.모던록.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섞어 이수영식으로 녹여냈다. 'The Colors of My Life'라는 앨범 제목처럼 그녀가 갖고 있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펼쳐보인 셈이다. 이수영의 노래들이 비슷하게 들리는 건 그만큼 그녀의 색깔이 강하다는 뜻이리라. "이전까지는 '기인 열전'이라도 하듯이 고음을 내는 노래가 많았지만 이번엔 일부러 중저음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했어요. 편안하게 들을 수 있게요." 올 초 리메이크한 '꿈에' '광화문 연가'로 이수영을 알게 된 중장년층 팬까지 고려했다는 뜻이다. "리메이크 앨범을 낸 뒤 부모님 세대가 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됐어요. 다행히 제가 그 세대 분들에게 관심이 많아요. 아직은 부족하지만 제 노래가 그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딱 한번 듣고 평가하는 건 자제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6집까지 오는 게 너무나 힘들었는데 한번 듣고 놓아버리시면 앞으로 어떻게 노래하겠어요. 저는 계속 노래하는 게 꿈인걸요." 음악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녀의 나이가 과연 20대 중반이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저더러 젊은 사람이 무슨 한이 그리 맺혔느냐고들 하세요. 동요를 부를 때도 어린아이 목소리가 아니라고 해서 늘 제 성량보다 작게 불러야 했어요. 목소리에 슬픔이 섞이도록 타고났나봐요. 그러나 실은 엽기적이고 재미있는 것도 좋아해요." 글=이경희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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