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도쿄 도심 땅값 17년 만에 올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일본의 땅값이 도쿄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꿈틀거리고 있다.

일 국토교통성이 21일 발표한 지난 7월 현재 전국 기준지가에 따르면 도쿄의 도심부에 해당하는 지요다(千代田).주오(中央).미나토(港).신주쿠(新宿)구 등 8개 구 택지 가격은 지난해의 0.9% 하락에서 0.3% 상승으로 돌아섰다. 도쿄 도심 택지 값이 오른 것은 17년 만의 일이다. 오사카(大阪).나고야(名古屋) 등 대도시의 땅값도 하락세를 멈췄다.

여전히 전국 평균 땅값은 지난해보다 5.2% 떨어지면서 13년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지방 도시들의 땅값 하락이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쿄 도심의 땅값 상승은 1991년 시작된 일본 부동산 버블(거품) 붕괴가 마침내 끝났다는 신호가 아니냐는 게 일본 경제계의 분석이다.

◆ 도쿄 도심은 '미니 버블'=일본 경기회복을 염두에 둔 외국자본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긴자 등 도쿄 도심의 땅값이 급등했다. 긴자 지역의 5개 조사 대상 지역 중 네 곳이 지난해보다 10%가량 땅값이 뛰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 등 일본 언론은 "일본이 경기침체가 끝났다고 판단한 고급 브랜드 업체들이 대거 도쿄 도심으로 밀려들고 있는 데다 해외의 부동산 투자 자금이 유입된 데 따른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운용자산만 7조엔으로 세계 최대 부동산펀드인 도이체방크는 올해 새로 조성한 12억달러 규모 펀드의 일본 투자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렸을 정도다. 사상 최고 수준의 땅값을 기록 중인 미국.유럽보다는 떨어질 만큼 떨어진 일본 부동산 시장을 유망한 투자처로 꼽은 것이다.

◆ 도시-지방 간 땅값 차 더 커져=대도시 땅값은 상승 징후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지만 지방은 계속 내림세다. 지방 택지 하락률은 4.4%로 7년 연속 내림폭이 커지고 있다. 상업지는 7년 만에 하락폭이 다소 줄어들기는 했지만 하락률은 7.1%로 여전히 높다. 인구가 도심으로 계속 유입되고 있는 데다 지방의 경기가 좀체 회복될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다이이치(第一)생명 경제연구소는 "땅값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오름세로 돌아선 것은 의미있는 일이지만 그 기운이 전체적으로 번져야만 일본의 '자산디플레'시대가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