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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적극 매입 눈길…외국자금 유입은 둔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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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최근 외국인과 국내 연기금, 개인투자자들의 엇갈린 행보가 주목 받고 있다.

그동안 줄기차게 주식을 샀던 외국인들이 매도로 돌아서는 가운데 연기금은 주식을 적극 사모으고 있다. 개인들이야 계속 팔고 있지만, 연기금과 외국인의 대조적인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 연기금 왜 사나=연기금은 이달 들어 21일까지 무려 4585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월간 기준으론 1999년 이후 최대 규모다. 연기금은 그동안 시세에 순응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주가 상승기엔 주식을 사다가 4월말이후 주가가 급락하자 주식을 처분했다<그래프 참조>. 때문에 시장에선 연기금이 향후 장세를 낙관하고 뛰어들었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연기금은 한번 주식을 사면 장기간 보유하는 만큼, 연기금의 순매수는 시장에 큰 호재다.

하지만 연기금측은 이같은 해석을 부인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올해 1조원을 매수한다는 계획아래 매달 1000~1500억원 정도를 꾸준히 주식을 사고 있다"며 "최근 포트폴리오를 특별히 바꾼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은 직접 주식을 사는 것 외에 1조원 정도를 외부 37개 운용사에 맡겨 굴리고 있는데, 그쪽에서 주식을 샀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업계의 설명은 이렇다.

연기금 자금 중 많은 부분이 주가 등락을 쫓아가며 투자하는 인덱스형으로 운용되는데, 그동안 약세장일 때 현물 주식은 줄이고 선물 비중은 늘려놓았다가 이번에 주가가 오르자 선물을 팔고 현물 주식비중을 다시 늘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9일 선물옵션만기 때 연기금은 청산을 위해 선물을 팔고 현물 1611억원어치를 샀다.

대한투신운용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잡아놓은 일정에 따라 꾸준히 주식을 살뿐 단기 시황에 따라 주식을 매매하지는 않는다"며 "연기금이 시장을 좋게 보고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기 시작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 외국인 매도세 주목=외국인들은 8월이후 2조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최근엔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 15일 이후 6일 연속으로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다(21일 LG와 GS 대규모 자전거래 제외). 순매도 규모가 3000억원에 달한다. 21일 주가가 급락한 것도 외국인들이 대규모로 선물을 팔아 치웠기 때문이다.

LG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위원은 "주가가 850선을 넘자 외국인들도 주식을 추가 매수하는데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며 "그동안 많이 오른 운수장비, 은행, 전기전자 업종 주식에서 차익을 챙기면서 음식료 등 저가주와 소재주만 소량 매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자금 기반인 뮤추얼펀드 움직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한국시장 투자비중이 높은 이머징마켓펀드와 아시아퍼시픽펀드에 5주 연속 자금이 들어왔다지만, 자금유입 규모가 확 줄어들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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