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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공영’내세우며 민영 미디어렙 요구한 MBC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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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에서 MBC의 정체성 논란이 재연됐다. 이날 방송광고판매대행사(미디어렙) 법안공청회에서 MBC 측 참가자가 “MBC도 민영 미디어렙을 설립하겠다”고 주장하면서였다. 그러자 여야 의원들은 “도대체 MBC는 공영이냐 민영이냐”며 정체성을 따지고 나섰다.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은 “MBC가 민영 미디어렙을 하고 싶으면 공·민영 소유 구조 문제부터 정리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구자중 MBC 광고기획부장은 “MBC는 소유 구조는 공영이 맞지만 미디어렙은 별개다” “우리은행도 정부 지분이 70%지만 민간 영업을 하고 있으니 (영업에) 혈연·지연을 따져선 안 된다”는 논리를 폈다. 외환위기로 공적자금이 들어간 뒤 현재 정부가 매각을 계획 중인 우리은행과 MBC가 같다고 주장하는 이상한 논리인 것이다. 특히 MBC의 ‘민영 미디어렙’ 요구는 지난 7월 미디어법 통과 당시 ‘공영방송 사수’를 내세우며 파업까지 벌였던 것과는 180도 돌변한 것이다.

쉽게 말해 소유 구조는 방송문화진흥회를 통한 간접 공영으로 ‘직원 평균 연수입 1억원’이란 기득권을 지키고, 민영 광고 영업으로 수익도 극대화하겠다는 게 MBC의 의도인 셈이다. 실제 엄기영 MBC 사장은 지난달 민영 미디어렙에 반대하던 19개 지역 MBC에 “독자 미디어렙 영업을 하면 광고 수익이 2008년(8800억원) 대비 최소 23%(2000억원) 늘어난 1조1000여억원이 된다”며 설득했다고 한다. 또 KBS의 수신료 인상과 함께 KBS-2TV의 광고가 폐지되면 5000억원을 SBS와 함께 차지할 수 있으리라는 계산도 깔려 있다는 게 학계의 분석이다 . 당혹스러운 것은 입만 열면 ‘방송의 공공성’을 내세웠던 민주당마저 태도를 바꿔 이런 방향의 법안을 낸 것이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지난주 법안을 발의하면서 “MBC가 독자 미디어렙을 만들어도 공영으로 간주해 준다”며 엄호해 줬다. 현행 한국방송광고공사 대행체제에서 일시에 KBS·MBC·SBS 지상파 3사의 ‘1사·1렙’ 광고체제로 바뀔 경우 지상파방송을 제외한 지방·종교·케이블방송과 신문은 광고가 1~2년 사이 30~60%씩 줄어 생존을 위협받는다는 게 학계와 미디어 업계의 공통된 우려다. 언론의 다양성과 매체 간의 공존은 그렇게 무너져도 좋다는 것인지, 지금 심각한 상황이 국회 내에서 진행되고 있다.

정효식 정치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