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남북시대] 거침없는 김정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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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연일 계속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파격적인 언행을 심리학자나 역술인들은 어떻게 볼까.

이들은 "金위원장의 말투와 글씨체, 언뜻언뜻 스치는 행동에서 성격의 단면을 추정할 수 있다" 고 말한다.

金위원장은 지난 14일 밤 남북 공동선언문에 친필 서명을 하면서 김대중 대통령이 또렷한 글씨로 자신의 이름을 적은 데 비해 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큼지막히 45도 각도로 이름을 흘려 썼다.

그는 이어 축배를 들면서도 본인이 먼저 잔을 단숨에 비워 외교 석상에선 이례적으로 '원샷' 을 보여줬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남의 간섭을 받기 싫어하는 직선적 성격의 두뇌 회전이 빠른 사람일 것" 이라고 유추한다.

정신분석학계의 원로인 장병림(張秉琳)서울대 명예교수는 "글씨가 크고 틀에 맞춰져 있지 않다는 건 제재없이 성장했으며 몸이 건강하고 폭이 큰 스타일임을 암시한다" 고 말했다.

張교수는 특히 "긴장하기 쉬운 공식석상에서 적절한 유머를 자주 구사한다는 건 학습의 결과이기보다는 두뇌 회전이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 평했다.

역학자인 백운산(白雲山)씨는 "원샷 등 거침없는 행동으로 볼 때 그가 모든 일을 남에게 미루지 않고 주관하는 직선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것 같다. 또 급한 성격이 필체에 투영돼 있다" 고 분석했다.

김동완(金東玩)한국민족역학연구원장은 "다소 과장된 필체로 볼 때 속 마음은 오히려 유약할 수도 있다" 며 "원샷도 '자기 방어' 의 일환으로 보인다" 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편 화면에 비친 金위원장의 손바닥이 金대통령에 비해 유난히 붉은 것을 놓고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호사가들의 분석이 항간에 떠돌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피부질환 등의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손이 붉다는 사실만으로 어떤 질병을 의심할 수는 없다" 고 말했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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