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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남북시대] 실향민·접경지역 주민 표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이산가족 남북 고향방문단이 광복절에 즈음해 교환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15일 대한적십자사.이북도민회.통일부에는 실향민들의 방문과 전화가 폭주해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휴전선 접경지역의 실향민들도 이산가족 상봉과 낙후한 지역 발전에 큰 돌파구가 마련됐다며 '환영' 일색이었다.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서울 중구 남산동 대한적십자사 본사 앞에는 고향방문 신청을 하러온 고령의 실향민들로 문전성시였다.

황해도 연백이 고향인 최광인(崔光仁.69.인천시 남구 주안동)씨는 "고향방문단이 구성된다는 소식에 가슴이 벅차 한숨도 못잤다" 며 "통일전망대 멀찌감치에서 보기만 했던 북녘 고향과 두고온 혈육이 눈앞에 성큼 다가온 것 같다" 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전화통화가 안돼 직접 접수창구를 찾았다는 황해도 사리원 출신 남지숙(南志淑.여.69.서울 노원구 상계동)씨는 동생과 헤어지게 된 사연을 적다 눈물이 신청서에 번져 수차례 다시 써내는 등 북받치는 그리움과 회한을 가누지 못했다.

이날 이산가족允?뻠?사업운영팀에는 고향방문 신청서 접수를 묻는 전화가 수백통씩 걸려왔다.

팀장 박성은(朴誠恩)씨는 "1분에 한통씩 문의전화가 걸려와 전 직원이 전화응답에만 매달렸다" 며 "평소에는 2~3건 남짓하던 신청서가 오늘 하루에만 1백여장이 접수됐다" 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구기동 이북도민회에서도 실향민들이 몰려와 이산가족 상봉 기대로 들떠 있는 분위기였다.

이날 오전 이산가족정보통합센터를 찾은 실향민 양문식(梁文植.69.서울 성북구 장위동)씨는 "매년 임진각에 가서 보고픔을 달래야 했던 북한의 동생들을 드디어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고 말했다.

이산가족정보통합센터에는 하루 2~3건에 불과했던 이산가족 찾기 신청이 이날 수백통 가량 접수됐다.

통일부 이산가족과에도 이날 문의 전화벨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산가족정보통합센터에 축적된 신청서만 14만8천여건" 이라며 "앞으로 이 숫자는 크게 늘어날 전망" 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과 냇물 하나를 사이에 둔 비무장지대(DMZ) 안인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조산리 최북단 대성동. 이날 북한 개풍군이 고향인 김근수(金槿洙.71)할아버지는 "죽기 전에 고향땅을 밟지 못할 줄 알았는데 드디어 가능해졌다" 며 기뻐했다.

마을이장 전창권(全昌權.55)씨는 "평화가 하루빨리 정착돼 대성동마을을 누구나 자유롭게 왕래하고 마을의 발전도 앞당겨지길 기대한다" 고 소감을 밝혔다.

실향민 집성촌인 강원도 속초시 속칭 아바이마을은 이날 온통 축제분위기에 휩싸였다.

주민 60여명은 오후 4시부터 마을회관 앞에서 정성스럽게 음식을 차려놓고 "앞으로 이산가족들이 지속적으로 상봉할 수 있도록 해달라" 며 기원제를 올렸다.

사회부.전국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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