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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만찬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김대중 대통령 주최의 답례 만찬이 열린 평양 시내 목란관.

세 시간이 넘는 마라톤회담을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한 두 정상은 오후 8시쯤 목란관 현관 입구에서 다시 만났다.

두 사람은 함께 대기실로 가 녹색 의자에 나란히 앉아 가벼운 환담을 나눴다. 金대통령의 옆에는 이희호 여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옆자리에는 김용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가 앉았다.

가벼운 환담에 이어 만찬장에 들어서는 두 정상을 양측 수행원들은 일제히 일어나 박수로 맞았다. 두 정상은 웃음을 함빡 머금은 밝은 표정이었다.

만찬은 金대통령의 만찬사로 시작됐다. 金대통령은 "金위원장과 나는 정상회담을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면서 "김정일 위원장과 북측 지도자 여러분, 서울에서 만납시다" 고 말했다. 金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공식 제의한 셈이다.

金대통령은 이어 金위원장에게 "우리는 진정으로 남과 북이 서로 협력해 공동의 번영을 이룩하고자 힘을 합칠 것을 제의하는 바" 라며 "앞으로 남북간에 협력을 구체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우리 두 사람과 책임있는 당국자간의 지속적인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 고 강조했다.

金대통령은 또 "지금 이 순간에도 7천만 우리 민족의 마음이 여기 평양을 향해 집중돼 있다.

전세계의 눈과 귀가 이곳에 모아지고 있다" 며 이산가족 상봉문제를 거론했다.

金상임위원장의 답사가 진행되는 동안 김정일 위원장은 좌우를 두리번거리더니 곁에 있던 우리측 박재규(朴在圭)통일부 장관에게 불쑥 말을 걸었다.

헤드테이블과 별도로마련된 자리에 배석하고 있던 이희호 여사를 이쪽으로 모시고 와달라는 당부였다.

朴장관으로부터 金위원장의 말을 전해들은 李여사는 金위원장 옆자리로 옮겨 환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눴다.

金위원장이 "(김대통령이) 왜 우리를 이산가족으로 만들려고 하느냐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연회장에서까지 이산가족 만드느냐. 그래서 金대통령께서 이산가족에 관심이 많으신 모양이다" 고 농을 건네자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테이블마다 음식과 와인이 서빙되면서 만찬장은 활기를 띠어갔다.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대형 파도그림 앞쪽에 마련된 헤드 테이블 중간에 金대통령과 이희호 여사, 金위원장이 나란히 앉았다.

李여사는 낮에 입었던 회색 투피스 대신 자줏빛 고름을 단 옥색 치마 저고리를 입고 나왔다.

양옆으로 우리측 공식 수행원들이 자리했다.

金위원장은 우리측이 준비해 간 문배술에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 궁중요리 등을 화제로 가벼운 대화를 이끌어갔다. 金위원장은 특히 왼편에 나란히 앉은 李여사 쪽으로 몸을 기울인 채 정다운 모습을 보였다.

金위원장과 李여사는 우스갯소리인 '개성 깍쟁이' 와 '서울 깍쟁이' 란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좌중에 웃음꽃이 터지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계속됐다.

金위원장은 李여사에게 먼저 건배를 제의하는 등 거침없는 모습도 보였다.

金위원장은 "자연환경을 왜 파괴하느냐" 며 잘 보전된 금강산 얘기로 화제를 몰아가기도 했다.

또 식탁에 오른 문배술을 가리키며 "주암산 물로 해야 진짜 문배술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주암산 물도 30년 전하고 지금은 달라진 것 같다" 고 하는 등 다양한 것을 화제에 올렸다.

저녁 메뉴로 나온 궁중음식에 대해 그는 "궁중음식이라면 지금도 놋그릇을 쓰느냐" 고 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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