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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 윌리엄 밀러교수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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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벤처의 50% 이상은 실패해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사업영역이 첨단이 아니거나, 전망이 없는데도 투자자들이 계속 돈을 대고 있다는 뜻입니다. "

지난 12일 조인스닷컴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의 초청으로 방한한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컴퓨터과학과의 윌리엄 밀러(74)교수는 벤처의 속성을 이렇게 정의했다.

밀러 교수는 스탠퍼드대에 개설된 '한국.스탠퍼드 IT벤처비즈니스 과정' 의 주임교수로 국내 벤처들의 실리콘 밸리 진출에 교량 역할을 하고 있는 공로로 올해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한국벤처들의 미국 진출이 홍콩.이스라엘.인도 등 여타 아시아 국가에 비해 덜 활발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지난 1995~98년 실리콘 밸리의 아시아계 창업 비중은 30%에 달했다. 이중엔 한국 출신 기업인들도 3% 정도 된다.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이다. 벤처의 '서식환경(habitat)' 이 좋은데 한국계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 "

- 벤처 성장에 맞는 '서식환경' 이란 뭔가.

"주식거래나 상장을 위한 법률정비는 물론 스톡옵션도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어야 한다. 프랑스나 일본처럼 스톡옵션에 대한 세금이 지나치게 무거우면 아무 소용이 없다. 또 각종 세법도 엔젤투자가들이 당장 손해를 봐도 장기적으론 이익을 챙길 수 있는 방향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특히 전문 법률회사와 회계법인.컨설팅업체들이 뒷받침돼야 하며 벤처 캐피털들도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

- 인터넷 벤처붐이 오히려 대기업에만 이득이 되지 않느냐는 분석도 있는데.

"실리콘밸리에선 나스닥 등록 전에 다른 기업에 인수되는 벤처가 90%나 된다. 자금력이 있는 기업이 벤처를 인수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대기업이 건드리지 않는 분야에서 시작하는 것이 벤처의 강점이지만 일단 사업을 시작했다면 덩치를 키워 효율을 올릴 수도 있다. 이는 대기업과 벤처 모두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

- 정보통신기술(IT)의 발전이 경제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구경제(기존산업)와 신경제(IT및 인터넷산업)의 구분이 의미가 없어진다. 기존 산업들도 인터넷이란 플랫폼을 갖춰가며 신경제의 일부로 편입될 것이다. "

- 벤처들이 짧은 시간에 너무 빨리 덩치가 커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1년 이내에 기존 인원을 4배 이상 늘린다면 조직관리나 투자유치 차원에서 부담스럽다. 창업자는 야후의 제리양처럼 아주 초기단계에서 전문경영인을 영입, 조직관리를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

그는 16일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서울 홍릉)에서 '21세기 정보사회의 조망' 이란 주제로 강연을 한 뒤 17일 출국한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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