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이상국집' 인터넷에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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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국내 처음으로 북한학자에게 번역을 의뢰해 만든 한국 고전학술자료가 데이터베이스화 돼 일반에게 공개된다.

누리미디어가 오는 7월 중순 개설할 한국학 전문사이트 코리아5000(http://www.korea5000.co.kr:작업중)이 바로 그것. 이 사이트는 고려시대 대문장가였던 이규보의 문집 '동국이상국집' 을 비롯해 삼국사기.삼국유사.고려사.팔만대장경.발해사.고려사의 원문과 번역본을 함께 서비스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 초 CD롬 두개로 제작돼 첫 선을 보인 '동국이상국집' 은 1백만원이나 해 대학 도서관과 전문연구기관 등에서 보유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사이트가 개설됨으로써 일반인의 접근이 용이해졌다.

이 '동국이상국집' 은 누리미디어가 중국 심양에 있는 고려민족문화연구원을 통해 북한 학자와 정식 계약을 맺고 한글로 옮긴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더욱 주목을 끈다.

누리미디어측은 "북한 사회과학원.과학종합백과사전종합출판사.문학예술종합출판사 등에서 고전전문번역자 10여 명이 참가했다" 고 밝혔다.

북한측이 남한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대규모 번역을 수락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북한번역판 '동국이상국집' 은 남한의 민족문화추진회의 번역본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남한의 번역이 가능한 원문의 내용을 살리느라 한문의 쓰임새가 많은 반면 한글전용의 언어 정책을 쓰는 북한본은 한문투를 버림으로써 읽기 편한 문장으로 꾸며져 있다.

예를 들어 민추가 '오래 문서에 얽매이면 몸의 원기를 손상하는데' 로 번역한 부분을 '문건놀음에 매달려서 정서를 손상하는 사람이 있는데' 라고 옮기고 있다. 누리미디어측이 번역을 북한에 의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누리미디어가 개설하는 한국학 전문 사이트는 검색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용자는 회원으로 가입한 후 사용시간에 따라 비용을 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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