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여성지위 향상국장 야킨 에르투르크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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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유엔본부〓신중돈 특파원] 제23차 유엔 여성특별총회 폐막에 맞춰 본지는 총회의 총사령탑인 야킨 에르투르크 유엔 여성지위향상 국장을 만나 여성지위 향상의 본질과 대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그녀는 미 코넬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모국 터키의 미들이스턴 테크니컬대에서 교수를 지냈으며 여성지위향상 국장직을 1년째 수행 중이다.

- 이번 총회의 최대 수확은.

"여성과 빈곤 등 12개 분야가 개선될 수 있도록 각국이 그동안 노력해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나라마다 풍습.언어.인습 등이 다른 상황에서 모든 국가들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결의안이 채택되기란 하늘의 별따기지만 여성들의 지위향상과 관련해서는 양보할 부분은 양보하고 수용할 부분은 수용하면서 공통분모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개막연설인 '지구의 미래는 여성의 역할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는 말이 시사하는 바는.

"여성의 지위향상만이 밝은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말로 해석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를 위해 차별없는 교육, 의료혜택 부여 등이 떠오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전세계가 여성들에게 사회의 한 구성원이라는 생각을 하도록 동기 부여를 하는 일이라고 본다."

- 여성교육에 대한 유엔의 대안은.

"여성의 교육수준을 높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라마다 추구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라의 경제상황이 허락하는 한도에서 각국 여건에 맞는 여성교육 장려 프로그램이 자체적으로 개발돼야 한다."

- 여성권익은 국가재정의 '빈익빈 부익부' 와 일맥상통한다는데.

"맞는 말이다. 선진국은 여성의 권익이 어느 정도 신장된 반면 개도국은 아직 풀어야 할 난제가 많다. 여성들에게 참교육을 실천시키고 의료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선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정부의 의지다."

- 한국의 여권신장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나.

"최근 한국 관련 보고서를 읽은 적이 있다. 많은 개선점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아직 남존여비 사상이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유교권과 이슬람 국가의 공통적인 현상으로 발상의 전환만이 치유책이라고 본다. 이 과정에서 언론을 통한 계몽운동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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