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KDI로 경제성장 지원…MB는 GGGI로 녹색성장 주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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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MB) 대통령이 한국을 녹색성장의 국제 허브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17일(이하 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밝혔다. 유엔기후변화 당사국 총회(COP) 기조연설에서 밝힌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설립 구상이 그 핵심이다. 그간 녹색성장 분야에서 선도적으로 투입해 온 노력을 발판으로 ‘녹색연구·논의’의 장을 한국이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국제기구 설립 전초 단계”=이 대통령과 청와대의 궁극적 구상은 GGGI를 녹색성장과 관련된 국제조직으로 발전시키고, 한국이 본부 역할을 맡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와 관련, “GGGI는 국제기구 설립의 전초 단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관련 예산도 한국을 중심으로 여러 국가와 기후변화 관련 기관 등에서 확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는 2010년 상반기 중 본부를 한국에 설립하고, 2012년까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 5개 안팎의 지부를 설립한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인적 구성과 관련해선 니콜라스 스턴 런던정경대 교수, 토머스 헬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등이 참여 의사를 밝혀 왔다고 청와대는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17일 코펜하겐 현지에서 이들 전문가와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을 설립, 경제 성장을 지원했다면 이 대통령은 GGGI를 통해 새 패러다임인 녹색성장을 지원한다고 보면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포스트 교토’ 시대 선도”=이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2012년 제18차 COP 유치 의사를 공개했다. 일본 교토에서 열린 1997년 총회 때 채택된 ‘교토의정서’가 2012년까지 ‘세계 온실가스 감축의 교과서’로 통용됐듯 2012년 총회는 2013년 이후의 질서를 규정하게 돼 의미가 크다. 가령 서울에서 총회가 열려 ‘서울 액션플랜’이 나오고 이 계획이 향후 세계적인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COP는 대륙별로 돌아가며 열리는데 아시아 차례인 2012년 총회를 신청한 국가는 현재 한국과 카타르다. 청와대 관계자는 “총회 유치에 성공하면 저이산화탄소 녹색성장 선도국으로 국제적 위상이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개최국은 내년 말 멕시코 COP 때 확정된다.

◆“나부터” 강조한 MB=이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너부터(You First)’라는 마음가짐으로는 위기에 빠진 지구를 구해 낼 수 없다”며 ‘나부터(Me First)’ 정신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도국들이 자발적으로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유엔에) 기재하는 감축행동 등록부(NAMA Registry) 설치를 제안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등록부제는 이 대통령이 9월 유엔총회 참석 때 제안한 것으로, 덴마크 정부가 내놓을 이번 총회 합의문 초안에도 담겨 있다.

한편 이날 이 대통령이 영어로 한 기조연설의 제목은 ‘다 함께 행동을(Taking Action Together)’이었다. 당초 청와대는 ‘Me First’를 제목으로 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온실가스 감축에 미온적인 개도국들을 압박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바꿨다고 한다.  

코펜하겐=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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