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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색종·폐암 세포 정체 밝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10년 후 암 환자들은 컴퓨터단층촬영(CT) 필름이나 자기공명영상촬영(MRI)처럼 자신의 암세포에 대한 유전자(DNA) 지도를 진단 자료로 활용할지도 모른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 등은 전 세계적 암세포 유전자 지도 해독 프로젝트가 첫 결실을 보았다고 17일 보도했다.

신문은 영국 웰컴 트러스트 생거 연구소 연구팀이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과 폐암 환자 1명씩의 암세포에서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 작업을 통해 두 암세포의 유전자 지도를 완성했고, 정상 세포의 유전자와 다른 변이 유전자를 전부 찾아냈다. 연구 결과는 영국 과학 전문지 ‘네이처’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구팀 분석 결과 폐암 세포엔 2만2910개, 흑색종 세포엔 3만3345개의 유전자 변이가 발견됐다. 폐암세포를 분석한 피터 캠벨 박사는 “이 결과는 흡연자의 경우 처음 담배를 피울 때부터 시작해서 15개비를 피울 때마다 하나씩 유전자 변이가 발생한 셈”이라고 추론했다.

연구팀을 지휘한 마이크 스트래튼 박사는 “이 변이 유전자 지도들은 암이 어떻게 진행돼 왔는지를 말해주고, 예방에 대한 정보도 알려줄 수 있을 것”이라며 “미래에 모든 암환자들은 자신의 암세포 유전자 지도 차트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의학아카데미의 존 벨 대표는 “암세포 유전자 지도는 인간 유전자 지도만큼이나 기념비적인 작업”이라고 말했다. 2003년 인간 유전자지도가 완성된 후 인류의 숙제인 암 정복을 위해 암세포 분석 작업이 전개됐다. 이번 작업은 10개국 과학자들이 참가해 세계적 규모로 결성된 국제 암 지놈 컨소시엄의 첫 성과물이다. 6억 파운드(약 1조1500억원)를 들여 50가지 주요 암에 대한 수천 가지 변종 암세포의 유전자 변이 지도를 구축한다는 목표로 작업 중이다. 현재 영국은 유방암, 일본은 간암, 중국은 위암, 인도는 구강암, 미국은 뇌종양·난소암·췌장암을 맡고 있다.

서울대 허대석(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염기서열을 보여 주는 것만으로 암이 발생하는 원인을 밝혀낼 수 있다고 말하긴 힘들다”며 “다만 각종 암의 유전자 지도가 완성되면 암 관련 연구들이 훨씬 활기를 띨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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