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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세상] 수제비 ·칼국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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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6월 중순부터 장마가 시작될 거라는 기상청의 예보다. 비가 오락가락하고 바람이 부는 날 점심엔 뜨끈한 국물의 칼국수나 수제비가 제격이다.

우리나라에서 국수를 먹기 시작한 것은 고려시대 초. 조선시대에 와서 국수는 종류도 많아지고 쓰임새도 다양해졌다.

지금은 가장 서민적인 음식이 국수지만 당시에는 잔칫상에나 오르는 귀한 음식이었다. 돌상에는 아이의 오복을 비는 뜻으로, 혼례상에는 여러 국숫발이 잘 어울리고 늘어나듯 부부금술이 잘 어울리고 늘어나라고, 또 회갑상에는 국숫발처럼 길게 장수하라는 뜻을 담아 먹었다.

음력 5월이 지나 보리와 밀 수확이 끝나고 유두(음력 6월 15일)가 되면 농가에서는 햇밀로 칼국수와 밀가루 부침을 부쳐 이웃과 나눠 먹는 풍습이 있었다.

닭을 잡아 그 국물에 국수를 말고 고기살을 발라 갖은 양념을 넣어 조물조물 무쳐 애호박과 함께 얹어내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또 해안지방에서는 조갯살로 국물을 내 국수를 만들었다.

이런 밀국수는 면발은 거칠지만 구수하고 담백하기가 이를 데 없다. 수제비는 칼국수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바쁜 농삿일에 쫓기던 농민들은 칼국수보다 손이 덜 가는 수제비를 만들어 먹었다.

칼국수는 밀가루를 반죽해서 밀대로 얇게 민 다음 면발을 만들고, 수제비는 반죽을 그냥 뜯어 넣는 단순한 차이지만 맛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수제비의 맛은 매운탕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얼큰한 매운탕에 뚝뚝 떼어넣은 수제비는 생선의 단맛과 양념이 흠뻑 배어있는 데다 쫄깃쫄깃하게 씹히는 맛까지 있다. 집에서도 매운탕을 끓일 때 밀가루 반죽을 뚝뚝 떼어 넣으면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이번 주말엔 칼국수와 수제비를 한번 만들어 보자. 밀가루 3백g(4인분) 에 물 1컵을 붓고 반죽한다. 소금도 1작은술 정도 넣어야 쫄깃해진다. 반죽을 오래 치댄 다음 젖은 면보에 씌워둔다. 밀가루에 콩가루를 섞거나, 달걀물로 반죽을 하면 맛이 훨씬 좋아진다.

칼국수와 수제비는 국물맛이 생명. 다양한 재료로 국물을 낼 수 있지만 닭고기와 멸치로 국물을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먼저 닭고기로 국물을 내보자. 닭의 배 안쪽에 붙어있는 내장이나 피.지방 등을 떼어내고 깨끗이 씻어 찬물에 담가 핏물을 뺀다.

핏물이 빠지면 센불에 올려 놓고, 끓으면 불을 줄여 1시간 정도 더 끓인다. 이때 대파.통마늘.생강 등을 넣고 끓이면 닭 특유의 냄새를 없앨 수 있다.

꼬치로 찔러 핏물이 나오지 않으면 다 익은 것이므로 건져내고 면보에 국물을 걸러 찌꺼기와 기름을 제거해 준다.

닭고기는 살을 발라 다진 파.마늘.소금.후춧가루로 간을 한다. 시간이 별로 없고 깔끔한 국물 맛을 원할 때는 멸치로 국물을 낸다.

먼저 푸르스름하게 광택이 나는 좋은 멸치를 골라 내장을 제거한다. 냄비에 기름을 두르지 않고 멸치를 볶다가 물을 붓고 끓인다. 무.파.생강.마늘 등을 넣고 끓이면 국물맛이 훨씬 좋다.

멸치 20g에 물 5컵이 적정량. 국물이 끓으면서 생겨나는 거품은 반드시 걷어내고 다 끓은 다음에는 면보에 걸러 맑은 국물만 사용한다.

칼국수는 반죽을 밀대로 얇게 민 다음 몇 겹 겹치게 하여 칼로 얇게 썬 후 탁탁 털어 가닥가닥 떨어지게 한다.

미리 준비해 놓은 국물에 국수를 넣으면 칼국수가 되고 반죽을 얇게 떼어 넣으면 수제비가 된다.

칼국수.수제비에는 감자나 애호박을 넣으면 훨씬 맛이 좋다. 간을 맞출 때는 국간장과 소금을 이용한다. 칼국수나 수제비에 미리 양념해 둔 닭고기를 곁들이면 더욱 좋다.

이은숙 <음식전문지 월간 '쿠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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