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걸린 인텔…유럽·한국 이어 미국서도 불공정 거래 혐의로 피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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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세계 최대의 컴퓨터칩 제조회사인 인텔이 유럽과 한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불공정거래 혐의로 피소됐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16일 인텔에 대해 시장에서 지난 10년간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아 온 혐의로 법원에 제소했다고 발표했다. FTC는 지난해 6월부터 인텔을 조사해 왔다.

인텔이 컴퓨터의 ‘뇌’에 해당하는 중앙처리장치(CPU)를 컴퓨터 제조회사에 팔면서 경쟁사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게 압력을 넣었다는 것이다. 델·휼렛패커드·IBM 등 미국 주요 컴퓨터 제조회사는 CPU 시장점유율 80%라는 인텔의 독점적 지위 때문에 인텔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FTC는 보고 있다. 심지어 인텔은 경쟁사 CPU의 정보 처리속도를 늦추도록 하는 ‘컴파일러’라는 소프트웨어를 비밀리에 개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인텔은 “FTC가 사실을 잘못 파악하고 있다”며 “FTC가 혁신을 위축시켜 결과적으로 CPU 가격만 올림으로써 소비자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행정법원의 판결은 내년 9월로 일단 잡혀 있다. 이번 소송은 미국에서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88년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한 소송 이후 최대 반독점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에 앞서 유럽연합(EU) 공정거래 정책 당국인 집행위원회는 지난 5월 13일 인텔에 불공정거래 혐의로 사상 최고액인 10억6000만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해 6월 5일 인텔 본사와 아시아지역 총판인 인텔 세미콘덕터 리미티드, 인텔코리아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를 적용해 26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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