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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시네마천국' 방송 300회 맞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영화는 세상을 비추는 거울' 이란 생각으로 7년동안 한길을 걸어온 TV프로그램이 있다.

EBS의 간판프로 중의 하나인 '시네마천국' (금 밤 10시)이다. 이 프로가 16일 방송 3백회를 맞는다.

'시네마천국' 이 첫선을 보인 것은 1994년 3월. 당시 영화판에는 이른바 매니어 그룹이 서서히 자리잡던 때다. 영화적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희귀 비디오를 돌려보며 갑론을박하는 모임들이 속속 등장했다.

주한 외국문화원이 그런 모임의 중심이었는데 '시네마천국' 또한 그런 매니어 그룹의 특별한 관심 속에 탄생했다. 김홍준(영상원 교수).정성일(영화평론가).정유성(서강대 교수) 등 독일문화원을 중심으로 뭉쳤던 '동서문화연구회' 멤버들이 EBS의 홍창욱 PD(현재 SBS PD)와 의기투합해 이 프로를 만들어 낸 것이다.

특히 '장미빛 인생' 의 김홍준 감독의 역할이 컸다. 미국 유학시절 즐겨보던 PBS의 '시스켈과 에버트' 라는 두 영화평론가의 논쟁프로를 보고 홍PD에게 우리도 본격 영화 프로를 갖자고 제안한 것. 정유성과 이익선(현재 KBS 기상캐스터)이 초대MC를 맡고 정성일이 구성작가로 참여했다. 영화를 통한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 이 이들의 첫번째 목표였다.

'시네마천국' 은 그런 초발심의 자세를 지금까지 잘 지켜왔다. 할리우드영화에 대한 시청자들의 편식증을 교정하기 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걸작들을 찾아 소개하는 한편 독립영화와 작가주의 영화감독들을 소개함으로써 시청자들을 말 그대로 '영화의 천국' 으로 안내했다.

지난 95년 영화탄생 1백주년을 맞아 선보인 '영화 1백년, 영화감독 1백인' 시리즈나 지난해 방영한 '20세기 영화작가' 시리즈는 '시네마천국' 을 독보적 위치에 서게 했다.

'시네마천국' 은 한국영화의 발전에도 일정부분 기여했다. '우리영화의 시간 속으로' 와 '한국영화작가' 시리즈를 통해 한국영화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했다.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 등 영화계 현안들이 돌출될 때에는 현장에 서서 따끈따끈한 뉴스를 전했다.

'영화에 대해 알고 싶은 것들' 이란 코너를 통해 영화교육을 이끌어 'TV속 영화학교' 라는 애칭도 얻었다. 지난해 9월부터는 방송사 최초로 '단편영화극장' 코너를 신설, 독립영화 발전에도 힘쓰고 있다.

'시네마천국' 은 이번 3백회 특집을 통해 그간의 역사를 정리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정유성.이익선.이충직(중앙대교수).정재형(동국대 교수).조용원(일본영화 전문사이트 '시네버스' 운영).신혜수(영화배우).여균동(감독.배우) 등 역대 MC들이 총 출동해 지난 세월을 추억하고 역대 제작진들이 뽑은 '베스트 영화 5편' 도 발표한다.

'시네마천국 시청자 동호회' 출신인 영화평론가 심영섭.정지연 등도 출연한다.

홍창욱.김유재(캐나다 거주)에 이어 지난 5년간 이 프로를 맡고 있는 이승훈 PD는 "그동안 영화 대중화을 위한 초석이 됐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며 "9월 개편부터는 국내외 명배우를 조명하는 '배우시리즈' 를 선보일 것" 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부터 영화배우 방은진이 단독 MC로 뛰고 있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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