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러시아 유전 개발 본격 참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 노무현 대통령의 러시아 순방에 동행한 이건희 삼성회장, 정몽구 현대차회장, 박용성 대한상의회장, 구본무 LG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회장(사진 왼쪽부터) 등이 20일 모스크바 메트로폴호텔에서 열린 ‘우리 경제인과의 만찬’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모스크바=최정동 기자

노무현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21일 크렘린 궁 정상회담은 에너지.철도.우주과학기술 협력과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두 개의 과녁에 초점이 맞춰졌다.

두 정상은 이날 기존의 '건설적이고 상호보완적 동반자 관계'(1994년 선언)에서 양국관계를 '상호 신뢰하는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한 단계 진전시켜 전방위 교류협력이 활성화될 것임을 기대케 했다.

특히 양측은 동시베리아 극동지역 유전(사할린 및 캄차카 지역)을 공동 개발키로 해 한국 측이 17억배럴의 지분을 새로 확보하게 됐다. 전날 한.카자흐스탄 정상회담을 통해 최대 8억5000만배럴을 확보한 데 이어 최대 25억5000만배럴의 원유 확보가 가능해졌다. 한국의 1년 수입량(2002년 기준 7억9000만배럴)의 3배를 넘는 규모다. 이희범 산자부 장관은 "자원의 보고인 동시베리아 극동지역의 유전 개발에 최초로 참여, 우리의 원유 자주 개발능력이 고양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한반도 종단철도(TKR)의 연결 협력 등 우리의 동북아 시대 구상과 러시아의 적극적인 극동.시베리아 개발 의지의 공통 분모를 찾은 것도 윈윈의 회담 성과로 해석된다. 한 관계자는 "푸틴 대통령은 우리 기업의 러시아 진출에 깊은 관심을 보여 민간기업 간 사업 협정 체결에 두 정상이 임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양국 간 우주기술협력협정 체결에 따라 2007년 최초의 한국 우주인 양성사업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두 정상은 공동 선언에서 '한반도 비핵화 원칙 재확인 및 6자회담 틀 내에서의 협력을 증진한다'고 명기해 북핵 해결에 적극 협력할 것임을 천명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의 '핵 논란'과 관련,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우리의 4원칙을 설명했으며, 푸틴 대통령은 "이해한다"고 말했다고 정우성 대통령 외교보좌관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러시아의 방위산업 완제품을 들여왔을 때 유지하는 데 문제점이 있었다"며 "앞으로 방산협력은 기술 협력 분야에 더 역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했고, 양측은 이에 따라 기술 도입에 따른 지적 재산권 보호 협정 도입을 공동선언에 명기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의 노 대통령에 대한 친분 쌓기 노력은 주목을 끌었다. 푸틴 대통령은 20일 저녁(한국시간 21일 새벽) 노 대통령을 모스크바 근교의 사저(다차)에 초청, 2시간15분 동안 보드카를 곁들인 비공식 만찬 회동을 열었다. 정우성 대통령 외교보좌관은 "푸틴 대통령의 최근 별도 회동은 우즈베키스탄과 아르메니아 대통령, 독일과 영국 총리가 전부였다"고 설명했다. 회동은 두 정상과 통역사 2명만 참석했고, 두 정상의 가족사에서,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구체적이고 포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논의에 이르기까지 격의없이 대화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은 21일 저녁 푸틴 대통령이 주최한 공식 만찬에 참석, "푸틴 대통령이 GDP 두배 증가, 국민복지 증진 전략을 통해 부강한 러시아를 만들고 있다"며 "지난 대선에서 70%가 넘는 압도적 지지를 받은 것도 이 때문일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푸틴 대통령의 부인 루드밀라 푸티나 여사는 갑자기 치통이 도지고 얼굴이 부어 만찬에 불참, 푸틴 대통령이 1인2역을 해야 했다.

모스크바=최훈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