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교들 고충 담아낸 '조교넷'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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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조교를 착취하는 교수들. 연구보조로 이름을 올린 후 일은 다 시키고 업무비는 갈취합니다. 이건 분명히 노동착취이자 사기, 그리고 공문서 위조입니다." (조교넷 '게시판' 에서)

"직장을 놀이터처럼 여기는 교직원들. 물건 나르거나 자기 일이 쌓이면 각과 조교들에게 분담하고 그것도 시킬 때면 마구 반말로 얘기하는, 그러고도 회식자리면 쏙 빼놓는 사람들. " (조교넷 '상황클리닉' 에서)

누구보다 할 말이 누구보다 많을 것 같은 조교. 그들만의 고민을 얘기하고 유용한 정보를 주고 받는 인터넷 공간이 마련돼 조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놀자커뮤니케이션이 지난 4월 25일 개설한 조교를 위한 사이트 조교넷(http://www.jogyo.co.kr)이 그것. 개설 한 달여 만에 1천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하루 방문객만도 1천5백 명에 이른다.

학교와 학과, 교수와 학생을 연결하는 통로로 각 대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교직원.학생도 아닌 애매한 처지에 있다 보니 처우도 열악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것이 조교의 현실. 조교넷은 이들의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으로 주목받는다.

조교들이 마음껏 글을 올리는 코너인 '게시판' 과 '마자마자/묻지마다쳐' 코너는 각 대학의 조교 임금협상 현황, 조교 월급 피해 호소 등의 글은 물론 연애담을 담은 솔로조교 탈출법과 재미삼아 읽는 유머글 등이 올라와 있다.

특히 시사적인 글이 주를 이루는 게시판은 조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적나라하게 소개돼 있다.

또 조교넷은 조교들의 재테크를 도와주는 '조교캐피털' , 고민을 듣고 상담해주는 '상황클리닉' 과 '입시상담' '취업코너' 등도 마련해 조교들의 실생활에도 도움을 준다.

3년간 조교 생활을 한 경험이 있는 운영자 김민경 놀자커뮤니케이션 기획실장은 "체험을 통해 이런 사이트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며 "대학과 사회의 유기적인 연대를 이끌어내는 데 조교들이 주체로 나서는 게 이 사이트의 목표" 라고 말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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