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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 선수촌 24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7면

"코요테의 순정이 지겹다. "

새벽6시 태릉선수촌 대운동장. 2백여명의 태극전사들이 그룹 코요테의 '순정' 에 맞춰 에어로빅으로 몸을 푼다. 지난해 여름 입촌한 국가대표 선수들은 이제 10개월째 이 노래로 하루를 시작한다. 선수들의 눈꺼풀은 가슴에 새겨진 태극마크 만큼이나 무겁다.

오늘로 시드니올림픽 D-100.선수회관에 걸린 '가자 시드니로' 란 플래카드를 바라보면 훈련의 고통과 지루함은 사라진다. 아침 식사시간에는 푸짐한 뷔페식단이 기다린다. 그러나 체급종목 선수들과 몸매에 신경써야 하는 여자체조 선수들에게는 '그림의 떡' 이다.

오전 기초체력 훈련시간에는 선수촌 웨이트훈련장인 개선관이 가장 붐빈다. 1백명을 수용하는 이곳에서 선수들은 무거운 쇳덩이와 씨름하며 시드니 메달을 꿈꾼다.

어느새 점심시간. 식당에서 마주친 선수촌의 터줏대감 김태현(역도)과 김제경(태권도)이 눈인사를 나눈다. 30세 동갑내기인 이들은 86년 서울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선수촌에서 한솥밥을 먹기 시작해 이제는 눈빛만 봐도 상대방 컨디션을 알 수 있을 정도다. 김수녕(양궁).부순희(사격)등 주부 선수들도 눈에 띈다.

식사후 대부분은 낮잠을 즐기지만 10대 선수들은 선수회관에 설치된 노래방에서 최신 가요를 부르며 기분 전환을 한다. 선수촌 최연장선수인 사격의 차영철(41)은 '59년 왕십리' 를 즐겨 부른다. 오후에는 종목별 기술훈련이 기다린다. 그리고 저녁식사가 끝나면 개인훈련에 들어간다.

태릉선수촌에서 선수들은 성인 남성보다 2배 이상인 6천5백칼로리 열량의 음식물을 섭취한다.

그러나 훈련에서 시작해 훈련으로 끝나는 선수촌의 어둠이 짙어질 때면 숙소 곳곳에서는 라면 삶는 냄새가 난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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