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 노조, 수익사업 하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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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노조가 진정 자본으로부터 독립하려면 재정부터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대중공업노조의 오종쇄(사진) 위원장은 16일 “회사의 도움 없이 전임자 임금을 해결하기 위해 주유소·복합쇼핑상가를 운영하는 수익사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시행에 맞서 현대차노조를 비롯한 민주노총 소속 노조들이 16~17일 상경 투쟁에 나선 것에 대해선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오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재정 의존을 벗어날 방안이 있나.

“조합비를 어느 정도 인상하는 건 불가피하다. 노조 차원에서 살을 깎는 노력을 한 뒤에야 조합원에게 그런 요구를 할 명분이 생긴다. 노조 내부 구조조정과 영리사업을 준비해왔다.”

-구체적으로 밝혀달라.

“노조 내에 영리사업을 할 법인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주유소를 운영하고, 그동안 주민·사원 복지 차원에서 원가 수준으로 위탁 운영하면서 수수료만 받아오던 후생관을 복합쇼핑센터로 리모델링해 직영할 방침이다. 각각 2개 업체에 맡기고 있는 사내 자전거수리점·자판기 사업도 포함된다. 내년에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가 시행되면 곧바로 법인 설립에 들어갈 수 있다.”

-노조 전임자 임금은 얼마나 되나.

“현재 55명의 임금을 합치면 연간 34억원쯤이다. 조합비(기본급의 0.9%)는 합쳐봐야 33억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이걸로는 전임자 임금도 모자란다.”

-수익사업으로 얼마나 충당할 수 있나.

“후생관·자판기·오토바이수리 사업 수수료가 연간 4000여만원이었는데 그동안은 주민 자녀를 위한 장학기금으로 활용해왔다. 이걸 노조 직영체제로 바꾸고 주민·사원들의 양해를 얻어 상품가격을 시중 가격에 가깝도록 올리면 연간 5억~10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주민 장학사업은 계속한다.”

-노조 조직 구조조정은 했나.

“이달 초 기존 12개 부서를 7개 실로 줄여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슬림화했다.”

-민주노총이 정부의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시행 방침에 반발해 서울에서 시위를 벌인다.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 거리낌없이 나서려면 어떤 형태로든 노조가 회사에 기대서는 안 된다. 자주·독립을 외치면서 재정만 회사가 계속 받쳐달라며 투쟁을 벌이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울산=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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