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섭, 연봉 협상에 불만 … 한때 연락 끊고 “관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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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챔피언 KIA가 우승 후유증을 앓고 있다.

본격적인 연봉 협상이 시작되면서 선수들의 기대치가 높아 초반부터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4번 타자 최희섭(30)은 구단 제시액에 불만을 품고 “야구를 하지 않겠다”며 한때 연락을 끊었다.

최희섭은 지난 14일 구단과 2010년 연봉에 대한 1차 협상을 벌였다. 구단 제시액은 올해 2억원에서 75% 올린 3억5000만원이었지만, 최희섭의 요구액은 5억원이었다.

구단 방침에 반발한 최희섭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단과 협상하지 않겠다” “야구를 그만두겠다”고 말한 뒤 15일 당초 예정했던 경북 포항 자율훈련에 불참했다. 16일 황병일 KIA 수석코치와의 통화에선 “이틀 뒤 포항 훈련에 참가하겠다”고 밝혀 진정 기미를 보이기는 했으나 앞으로 협상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김조호 KIA 단장은 “협상이라는 것이 밀고 당기는 과정인 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고 있다”며 협상을 계속 진행해 절충안을 찾겠다는 뜻을 밝혔다.

◆돈 문제가 아니다?=최희섭은 2007년 메이저리그에서 국내에 복귀한 후 2년 연속 연봉 3억5000만원을 받다가 성적 부진으로 올해 연봉이 2억원으로 크게 깎였다. 그는 올 시즌 33홈런(2위), 100타점(공동 3위), 98득점(공동 1위), 타율 0.308(11위)를 기록하며 KIA의 12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크게 공헌했다. 그러나 구단 제시액이 원상 회복 수준에 머물자 폭탄 발언을 한 것이다.

최희섭은 “구단이 수고했다는 말도 하지 않은 채 협상의 여지를 두지 않았다. 깎을 때는 많이 깎더니 좋은 성적을 내도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돈도 돈이지만 자존심이 상했다는 것이다. 최희섭은 “가족과 상의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앞으로 KIA와 협상하지 않겠다”며 지리산에 올랐다. 이에 대해 KIA는 “14일 첫 협상 뒤 웃으며 헤어졌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당황스러워했다.


◆우승 기대치 너무 높아=KIA는 내년 시즌 선수단 연봉 총액을 올해보다 30% 정도 올릴 방침이다. 2005, 2007년 꼴찌까지 추락한 탓에 올해 총연봉이 8개 구단 중 6위에 그쳤는데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충분한 인상요인이 있다.

최희섭뿐 아니라 홈런·타점왕 김상현(올해 연봉 5200만원), 한국시리즈 MVP 나지완(3800만원), 12승을 올린 좌완투수 양현종(3500만원), 마무리투수 유동훈(9000만원) 등 고과가 높은 선수들의 기대치가 상당히 높다. KIA 측은 “처음부터 수월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았다. 원칙대로 계약할 것이다. 구단 나름대로 충분한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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