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귀걸이부터 미라까지 ‘태양의 아들’ 잉카가 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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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황금의 제국 잉카엔 황금 유물이 없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최광식)이 기획전시실에서 ‘태양의 아들, 잉카’ 특별전을 열고 있다. 박물관 학예팀에서 직접 페루의 박물관들과 접촉해 알짜 유물 351점을 골라 전시를 구성했다.

전시는 기원전 3000년경 고대문명의 유물부터 1532년 스페인 제국의 침략으로 멸망한 잉카 제국의 것까지 망라한다. 보통 잉카 하면 황금 유물을 떠올리지만 전시의 하이라이트여야 할 마지막 잉카 제국 단계에선 금빛을 찾아볼 수 없다. 매듭지은 실로 의사소통을 하던 결승문자(結繩文字) ‘키푸’, 토기, 잉카왕의 초상, 스페인 침략자 피사로의 검 등이 차지한다. 피사로가 잉카 제국의 금을 싹쓸이해 고국으로 가져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시에 황금 유물이 없는 건 아니다. 잉카 이전의 문명을 보여주는 전시물은 죄다 황금빛으로 빛난다. 20세기 후반 들어 발굴된 유물이다. 모체 시대(100~700년)의 통치자 시판 왕의 무덤에서 발굴된 황금 귀걸이는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금동제 펠리노 신상은 짐승의 얼굴을 한 펠리노, 새와 뱀이 결합된 독특한 형상으로 눈길을 끈다. 제물의 목을 따 그 피를 신에게 바치던 희생의식에서 쓰던 칼 ‘투미’ 모양을 본 딴 보호장비도 황금 유물 중 눈에 띈다. 잉카 이전이 그 정도니 잉카 제국의 황금 문명은 얼마나 화려했을까.

올 여름 ‘이집트 문명전’에서 미라로 재미를 봤던 박물관에선 이번에도 미라를 들여왔다. 흔히 알려진 이집트 미라와 달리 무릎을 모으고 주저앉은 자세다. 3월 28일까지.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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