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는 기원전 3000년경 고대문명의 유물부터 1532년 스페인 제국의 침략으로 멸망한 잉카 제국의 것까지 망라한다. 보통 잉카 하면 황금 유물을 떠올리지만 전시의 하이라이트여야 할 마지막 잉카 제국 단계에선 금빛을 찾아볼 수 없다. 매듭지은 실로 의사소통을 하던 결승문자(結繩文字) ‘키푸’, 토기, 잉카왕의 초상, 스페인 침략자 피사로의 검 등이 차지한다. 피사로가 잉카 제국의 금을 싹쓸이해 고국으로 가져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시에 황금 유물이 없는 건 아니다. 잉카 이전의 문명을 보여주는 전시물은 죄다 황금빛으로 빛난다. 20세기 후반 들어 발굴된 유물이다. 모체 시대(100~700년)의 통치자 시판 왕의 무덤에서 발굴된 황금 귀걸이는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금동제 펠리노 신상은 짐승의 얼굴을 한 펠리노, 새와 뱀이 결합된 독특한 형상으로 눈길을 끈다. 제물의 목을 따 그 피를 신에게 바치던 희생의식에서 쓰던 칼 ‘투미’ 모양을 본 딴 보호장비도 황금 유물 중 눈에 띈다. 잉카 이전이 그 정도니 잉카 제국의 황금 문명은 얼마나 화려했을까.
올 여름 ‘이집트 문명전’에서 미라로 재미를 봤던 박물관에선 이번에도 미라를 들여왔다. 흔히 알려진 이집트 미라와 달리 무릎을 모으고 주저앉은 자세다. 3월 28일까지.
이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