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있는 사람을
없는 사람이지
없는 사람이지
밤낮으로 최면을 거는
방금 당겨진 독화살처럼
언제나 팽팽히
한줄기 가늘고 긴
차디 찬 몸, 싸늘한 몸에
그만!
숭숭 구멍을 내어 달려가
한 번에 다 들키랴 들켜주랴
눈에 밟혀 산지사방 죄가 만발한
만발한 몸의 이 고동소릴 네게!
- 김우희(47) '목관악기'
독화살을 맞고 싶다. 있는 사람을 없는 사람이라고 눈감을 만큼 숯덩이가 된 가슴으로 당겨지는 것이라면. 분명 거기에 있었는데 달려가 보면 없는 것이 사랑?
그래서 구멍 숭숭 뚫리고 그래서 뼈 마디 마디 쏟아내는 소리가 있다고?
있어도 없는 것, 없어도 있는 것을 향해 던지는 돌팔매를 맞고 싶다. 한 자루 피리로 남아 머리를 푸는 슬픔의, 애인의.
이근배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