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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봤습니다] 기아차 K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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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기아차의 준대형 신차 K7의 최상위 모델 VG350이 경남 삼천포대교 위를 달리고 있다. 유럽차를 벤치마킹한 탄탄한 차체가 돋보인다. [기아자동차 제공]

기아자동차의 준대형 신차 K7의 시승회가 최근 경남 남해에서 열렸다. K7은 5년간 4500억원을 들여 개발한 기아차의 기대작으로 현대차 그랜저와 르노삼성 SM7이 버티고 있는 준대형 차급에 도전한 차량이다. 이름도 유럽풍의 ‘알파벳+숫자’로 지었다. 기아로서는 실패해서는 안 될 이유를 두루 갖췄다. 출시 이후 1만3000대나 계약돼 초기 반응은 좋다.

80㎞ 남짓한 시승 구간은 한려수도를 바라보는 해안 도로. 굴곡이 심해 최고 출력 290마력의 람다Ⅱ 3.5L 엔진의 성능을 시험하기에는 무리였지만 K7의 핸들링 성능을 확인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를 채용한 K7의 서스펜션은 국산차답지 않게 단단하게 세팅됐다. 전자제어서스펜션(ECS)을 ‘스포츠’ 모드로 두면 시속 80㎞ 이상의 과한 속도로 굽은 길을 공략해도 미끄러지는 일이 거의 없었다. 노면에 반응하는 정도인 댐핑 스트로크는 동급 그랜저보다 확연히 짧아 출렁이는 느낌이 없다. 6단 자동변속기는 특히 수동 모드로 바꾸면 3.5L 엔진의 넉넉한 토크(5000rpm에서 34.5㎏·m)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이런 역동성은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 담당 부사장이 손본 단정하고 품위 있는 외부 디자인과 잘 어울린다. 수입차, 특히 유럽 브랜드의 장점들을 꼼꼼히 벤치마킹한 느낌이다.

그런데, 운전을 즐기는 사람은 환영할 만한 단단한 승차감에 대해 기아차는 걱정도 한다.

미국·일본식의 부드러운 승차감에 익숙한 한국 소비자의 입맛과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그건 기아차가 굳이 렉서스 ES350 등과 비교하려 하기 때문이다. 3.5L 모델은 당당히 유럽산 중형 세단과 경쟁할 만하다.

실내는 ‘감성’을 테마로 삼았다. 스마트키를 들고 다가서면 아웃사이드 미러가 자동으로 펴지고 차에 들어서면 온갖 조명이 주인을 반긴다. 웰컴 사운드까지 합쳐 ‘세계 최초’라는 기아차의 주장은 다소 낯 간지럽다. 그러나 수입차가 부분적으로 소개했던 조명·음향·기능 등을 과하지 않으면서도 솜씨 좋게 도입했다는 느낌이 든다. 조작 버튼이나 손잡이 등의 질감도 세심하게 소비자를 배려했다. 한때 국산차의 고질이었던 ‘마무리와 질감의 아쉬움’은 K7과 거리가 먼 듯하다.

고급스러운 나파(nappa) 가죽 시트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일부 플라스틱 내장재, 다양한 사이즈의 컵을 잡아주지 못하는 ‘저렴한’ 컵 홀더, 최상급 모델인데도 ECS나 변속기에 더 다양한 모드가 없는 점 등은 옥에 티다. 가장 많이 팔리는 2.7L 모델의 힘도 궁금하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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