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조종사 정진희씨 "최장수 파일럿이 목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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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현모양처(賢母良妻)이자 가장 오랫동안 조종간를 잡는 파일럿이 되고 싶습니다."

1일 부기장으로 승진, 국내 최연소 여성 조종사가 된 아시아나항공 정진희(丁眞熙.25)씨는 이날 오전 7시50분 처음으로 부산발 서울행 보잉737기의 조종대에 앉았다.

"80명의 승객을 싣고 조종대에 앉으니 저절로 손에 땀이 배어왔습니다. 하지만 2천번의 모의 훈련기(시뮬레이터)조종과 혹독했던 미국에서의 비행훈련을 생각하니 모든 것이 제대로 되더군요. "

국내 첫 여성조종사는 1997년 6월 대한항공에서 배출했고, 그 이후 대한항공 4명.아시아나 2명 등 모두 6명이 나왔다.

丁씨는 "여성 조종사는 좀더 정확하고 치밀한 장점이 있지만 위기 순간의 대처 능력에서는 남자보다 떨어지는 것 같다" 고 평가한다.

숙명여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아시아나 여성조종사 2기로 1997년 입사한 丁씨는 초등학교 때 김포공항 부근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조종사의 꿈을 키워 왔다.

"어릴 때부터 활달한 성격 때문에 터프한 것으로 날렸죠. 멋진 제복과 모자도 동경의 대상이었구요. "

丁씨는 지난해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베로비치 비행학교에서 1년간 훈련받을 때 남녀 동기생 12명중에 1등을 해 가장 먼저 부기장이 됐다.

"미국에서 비행훈련 중 지도와 육안으로 지형지물을 보면서 화장실이 없어 소변을 참고 5시간을 비행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

丁씨의 약혼자는 아시아나 조종훈련원에서 만난 선배이다. 그러나 약혼자보다 먼저 부기자이 돼 다소 쑥스럽다고 한다.

"장래 생길 아기도 훌륭한 조종사로 키우고 싶어요. 온 식구가 조종사가 돼 기네스북에 오르는게 남은 꿈 입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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