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나카소네 전총리 "남북정상 만남 자체가 큰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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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남북 정상회담에서 너무 큰 성과를 기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회담은 장래를 향해 창(窓)을 여는 준비 회담입니다. "

일본의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81)전 총리는 29일 본지와의 회견에서 남북 정상회담 성사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1982년부터 5년 동안 총리를 지낸 나카소네는 의정 생활이 반세기(19선)를 넘는 일본 전후 정치의 거목으로 지금도 정계의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도쿄(東京)의 개인사무실에서 본지 특파원과 만나 동북아 정세와 일본의 미래상에 관해서도 의견을 피력했다.

- 남북 정상회담의 의의는.

"이번 회담은 만남 자체가 큰 의미를 갖는다.물론 정기적으로 회담이 열리게 되면 대성공이다."

-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일본의 건설적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보는데.

"일본의 역할은 한국의 노력을 지지하는 것이다. 일본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 협력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진전에 따라 식량과 그밖의 원조를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다. "

- 5월 말로 예정됐던 북.일 수교교섭이 연기됐는데 향후 전망은.

"양측 사이엔 아직도 감정이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북한은 남북 정상회담에 맞춰 일.북 관계를 고려하고 있는 느낌이다. "

- 남북 정상회담, 북.일수교 협상 재개, 대만의 새 총통 취임 등으로 급변하고 있는 동북아 정세를 어떻게 보는가.

"북한이 남북회담과 일.북 수교에 성의를 보여 빨리 아시아.태평양 국가의 일원으로 참가하길 기대한다. 최근 북한은 구미.아시아 국가들과 국교를 맺고 있다. 이런 경향이 강화되기를 바란다. "

- 일본 국내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국제사회에서 공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국제공헌의 바람직한 방향은.

"일본과 한국의 연대를 축으로 동아시아에서 다국간 협력관계를 추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 북한의 가맹이 결정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더욱 충실하게 발전시켜 안전보장면에서 다국간 신뢰조성, 군비의 투명성(확보), 분쟁 예방에 나서는 것 등이다. 경제면에서도 동아시아의 다국간 경제.금융협력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헤지펀드의 피해를 본 동아시아 국가들은 이를 통감하고 있다고 본다. "

- 21세기 일본의 비전에 대해 많은 의견을 내고 있는데.

"21세기의 청사진은 구체적으로 헌법과 교육기본법을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다. 6월 총선에서도 이것이 논의될 것이고 선거 후 정당간의 큰 협력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정당의 재편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

- 6월 말의 총선 쟁점과 전망은.

"이번 선거는 21세기의 청사진을 만드는 기초공사다. 현재의 자민.공명.보수당 연립정권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

도쿄〓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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