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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에 비친 북한사회] 4. 관료주의 비판-소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북한의 관료주의는 신(新).구(舊)관료주의로 나뉜다. 구관료주의는 북한 국가가 성립하면서부터 제기돼온 것. 대부분 구제도의 잔재에 따른 문제점이랄 수 있다.

1970년대 이후 북한 사회에는 새로운 관료주의가 나타났다. 노동자.농민 출신으로 현재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지난날의 진취성과 혁명성을 상실하면서 나타난 관료주의다.

사무실의 책상과 소파에서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고자 하고, 국가나 조직보다 개인과 가족의 안위를 우선시한다.

일반 민중들의 삶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관심을 보여주지 않고 오히려 군림하려는 식이다. 이런 현대 관료주의는 90년대 후반 들어 북한 사회가 경제난을 겪으면서 한층 심각해졌다.

김문창의 '열망' (90년)은 최근 심각해진 관료주의를 잘 보여준다. 큰 기업의 당 책임비서까지도 부분적으로 관료주의적 면모를 지닌 사람으로 설정될 정도다.

이는 관료주의를 비판하더라도 하급간부의 사소한 태도를 문제삼던 이전의 작품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현재 북한 사회에서 관료주의에 대한 비판이 얼마나 강한가 하는 것을 짐작하게 해준다.

이 작품에서 가장 심한 비판을 받는 부총국장 양리찬의 경우 부엌 냉장고가 온통 외제 상품으로 가득 차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는 출장지에서 노동자들이 먹는 반찬(다시마로 만든 냉국과 풋배추김치)는 먹지 않고 집에서 따로 싸온 반찬인 소고기.돼지고기 조림과 가자미.새우 튀김만 먹는다.

관료주의에 대한 비판이 경제난 속에서 '먹거리' 로 상징되면서 한층 민감한 문제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민중과 멀어지고 있는 관료들에 대한 비판이 신랄해지는 것이 북한 내부에서 비판의 영역이 늘어났기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다. 어쨌든 북한이 관료주의와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음은 분명하다.

김재용 <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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