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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장원씨 성추행 사건등에 분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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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전 총선연대 대변인 장원(張元)씨의 성추행 사건, 한 국책연구기관장의 성추문 논란, 386세대 국회의원 당선자와 문용린(文龍鱗)교육부장관의 5.18 전야 술자리 추태 등등.

개혁 세력임을 자임하고 있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잇따르는 본분을 잊은 어처구니없는 행동에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당사자와 시민단체들이 사과성명을 발표하고 "매를 때려달라" 고 진화에 나섰지만 대다수 국민의 마음은 좀체 가라앉지 않을 분위기다.

특히 일부 시민단체의 국고지원금 횡령, 소비자상 선정을 둘러싼 금품수수 사건에 이어 터진 張씨의 성추행 사건을 바라보는 많은 국민은 "이제 시민단체도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한다" 고 지적하고 있다.

◇ 분노하는 시민들〓회사원 朴상덕(32)씨는 "젊은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들을 저질렀다, 그들에 대한 기대를 접어야겠다. 너무나 참담한 심정이다" 고 말했다.

주부 權명순(49)씨는 "사회의 양심이라고 믿었던 이들이 그토록 난잡한 행동을 했募?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며 분개했다.

고려대 金민환(55.신문방송)교수는 "지도층의 전반적인 품격이 얼마나 낮은 수준인가를 여실히 드러낸 한심한 작태" 라며 "심각한 자기반성이 따라야 한다" 고 꼬집었다.

PC통신에도 27, 28일 이틀 사이에 수백건이 넘는 비판의 글들이 쏟아졌다. 하이텔의 한 네티즌은 '민주화 팔아, 운동권 팔아, 시민단체 팔아 입신양명한 자들에게 배신당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냐' 며 개탄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성명에서 "도덕성을 생명으로 하는 시민운동가이자 공인인 張씨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 며 "법적 처벌은 물론 이후 시민단체의 어떠한 활동에도 관여하지 말라" 고 경고했다.

◇ 시민단체 자성 분위기〓張씨의 여대생 성추행 사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비록 張씨의 개인적 행위라 하더라도 시민단체 전체가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며 "매를 때려 달라" 고 요청하고 있다.

박원순(朴元淳) 전 총선연대 사무처장은 "시민단체가 도덕적 우월성을 내세우며 자성의 노력을 게을리해 온 것이 사실" 이라며 "실제 역량보다 과도한 기대와 성원을 입어온 만큼 재도약의 계기가 되도록 질책을 받을 각오가 돼 있다" 고 말했다.

도시연대 최정한(崔庭漢) 사무총장은 "시민단체가 시민들의 신뢰에 부응하는 리더십을 형성하는 노력이 미흡했다" 며 "우후죽순식으로 생겨나는 시민단체들이 도덕성.투명성 측면에서 검증받는 과정이 필요하다" 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단체 일각에선 "이번 사건으로 시민단체 전반이 잘못된 것처럼 몰면 곤란하다" 며 "시민들이 시민단체에 직접 참여, 시민운동가들의 도덕성을 검증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특히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일부 대학가 운동권 출신들이 시민단체의 활동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에 대한 반성과 함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석수 정개련 사무처장은 "시민단체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 모든 시민단체들에 손가락질 하는 것은 곤란하다" 며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스스로 문제가 될 만한 일은 제거해 나가야 한다" 고 지적했다.

◇ 사과.제명〓張씨 사건이 알려지자 녹색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당혹감 속에서도 대국민 사과문 발표 등을 통해 사태수습에 나섰다.

녹색연합은 "사회의 모범이 돼야 할 시민운동가의 비도덕적인 행동에 대해 국민여러분께 깊이 사죄한다" 며 긴급 상임운영위원회를 열어 張씨를 제명했다.

전 총선연대 상임공동대표단은 "도덕성을 바탕으로 일하는 시민운동가로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로 변명의 여지가 없다" 며 "더 깊은 자기반성과 성찰의 자세로 시민운동에 전념할 것을 다짐한다" 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은 "張씨의 행동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면서도 "그의 개인적 행위로 인해 녹색연합이나 총선연대의 활동이나 성과가 결코 평가절하되서는 안될 것" 이라고 강변했다.

文교육부장관은 "장관으로서 적절치 못한 처신으로 물의를 야기한데 대해 깊이 뉘우치고 있다" 며 "사려깊지 못한 행위로 5.18 민주영령과 광주시민과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한다" 고 말했다.

문경란.강갑생.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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