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갈팡질팡 제주도 이질 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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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너무 일손이 달려 학교별 현황분류가 안됐습니다" (21일 남제주군보건소)

"내세울만한 일도 아니고… 발생 학교수는 기사에 쓰지 말아주십시오. "(22일 제주도 보건복지여성국장)

"도내 전체 환자는 52명입니다. " (24일 제주도 보건위생과장)

"제주.서귀포시 감염자 3명은 보균자인데 환자로 잘못 발표했습니다. 환자는 49명입니다. " (25일 제주도 보건정책계장)

세균성 이질이 확산추세인 제주도의 보건정책이 요즘 우왕좌왕이다. 감염환자.보균자의 숫자가 오락가락인가 하면 학교별 발생수치는 애초부터 '숨기는 게 능사' 란 태도다. 해당기관들의 현황 파악도 제각각이다.

26일 오전 제주도 교육청이 밝힌 환자.보균 학생수는 87명. 당일 도가 밝힌 감염 학생수 84명과 맞지가 않다. 급식을 중단한 학교수도 도는 9개교라고 밝혔지만 도교육청은 10개교라고 발표했다.

게다가 도는 26일 남제주군 토산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이 이질 때문에 휴원했다는 사실도 몰랐다.

도는 "보건당국이 가검물을 채취해 분석한 것이 아니라 학교가 자체적으로 결석자 등을 집계해 파악한 내용을 교육청이 그대로 발표했기에 수치가 다르다" 고 해명했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이질 감염자를 보건소 판정없이 독자적으로 분류했겠느냐" 고 항변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급식중단 등의 대처도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 이었다.

남제주군 남원읍을 중심으로 이달 15일 이후부터 이질은 확산추세를 거듭, 21일에는 감염자가 학생.주민등 1백14명으로 불어났지만 학교의 급식중단은 대부분 22.23일 이후 이루어졌다. 그 사이 도내 감염자는 1백80명으로 불어나 버렸다. 발생지역도 남원읍만이 아니라 부근 표선면에서 제주시.서귀포시로 확산되고 있다.

허둥대는 제주도 관계 당국을 보고 있노라면 세균성 이질이 진정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믿음이 쉽게 가지 않는다.

양성철 전국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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