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선관위, 첫 재정신청 의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중앙선관위가 재정신청이란 칼을 빼들었다.

재정신청 대상이 된 김영배(金令培.서울 양천을).이상현(李相賢.관악갑.낙선)의원은 물론 정치권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

선관위 오경화(吳景華)홍보국장은 "검찰이 수사에 최선을 다했지만 선관위로선 돈선거를 막기 위해 부득이하게 재정신청을 하기로 했다" 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검찰이 불기소한 사안에 대해 선관위가 직접 법원에 심판을 요구하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에 검찰로서도 마음이 편할 리 없다.

◇ 재정신청의 위력〓법원에서 재정신청을 받아들이는 순간 해당자들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다.

법원이 지정하는 변호사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검사역을 맡는다.

선관위로선 수사권은 없지만 사실상의 기소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 '종이 호랑이' 라는 굴레를 벗을 수 있게 된다.

후보들도 불법 선거운동을 했을 경우 검찰과 선관위라는 이중의 그물을 벗어나기 쉽지 않게 됐다.

◇ 높아지는 기소율〓선거철이면 당원단합대회.산악회를 통해 음성적으로 돈선거가 이뤄져온 게 관행이었다.

그러나 금품.관권선거에 대해 검찰이 '혐의없다' 고 판단을 내리면 더 이상 문제삼을 방법이 없었다.

선관위가 재정신청권을 적극 행사할 경우 사태는 달라진다.

검찰 수사에 대응하는 또하나의 견제장치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선거법 위반자에 대한 검찰 수사도 상당히 영향을 받을 것" 이라고 임좌순(任左淳)사무차장은 내다봤다.

과거보다 선거사범에 대한 검찰의 기소율이 다소 높아질 것이란 얘기다.

검찰이 '정치적 고려' 로 불기소처분할 소지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선관위가 고발한 사안에 대해 검찰이 기소한 것은 14대 총선 때 25건 중 13건, 15대 때는 23건 중 9건이었다.

재정신청권이 처음 발동될 것으로 예고됐던 이번 총선에선 검찰이 14건 중 9건을 기소했다.

◇ 선관위 고민〓선거운동의 불법성을 입증해 공소유지를 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과제다.

이 때문에 이번에 재정신청을 하기로 한 서울지방선관위는 두시간 이상 난상토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으로 행사한 재정신청이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무죄판결을 받을 경우 선관위의 위상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정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