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시장경제'란 무엇인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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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부동산.금융.노사관계.교육 등 수요와 공급에 관련된 정책 문제들이 나올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말이 '시장경제'다. 시장경제와 그 장.단점은 무엇이며, 시장을 움직이는 원리 및 시장경제를 거슬렀을 때의 부작용 등을 공부한다.

▶ 나성린 교수

▶ 시장경제의 뿌리인 시장은 가격을 결정하고,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기능이 있다. 사진은 재래시장인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 [중앙포토]

지난 한 세기 동안 세계는 경제제도적으로 크게 시장경제와 계획경제 체제로 나뉘어 치열하게 경쟁했다.

시장경제를 택한 자본주의 국가는 부강해졌지만 계획경제를 택한 공산주의 국가는 가난해져 경제체제를 바꿔야 했다.

왜 그랬을까? 시장경제는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사람들이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므로 더 많은 부를 창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계획경제는 평등한 분배를 하기 위해 정부가 모든 생산과 소비 활동을 계획하고 통제한다. 그러니 열심히 일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의욕을 잃게 돼 퇴보한 것이다. 시장을 거부하고 달성된 평등은 결국 국민을 가난하게 하는 하향평준화로 이어졌다는 말이다.

▶시장이란=시장은 시장경제의 뿌리로,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인간의 경쟁심에서 생겼다. 시장경제는 이러한 시장의 특징을 잘 활용하며 발전했다.

고대엔 시장이 없었다. 각자 필요한 물건을 스스로 만들어 쓰는 자급자족 경제였다. 시간이 지나며 사람들은 자신의 물건과 다른 사람의 물건을 바꿔 사용함으로써 더 풍요롭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건을 교환하려는 사람과 바꿀 물건이 많아지자 효율적으로 교환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다. 이것이 바로 시장이다. 그런데 대량의 물건을 가지고 다니며 시장에서 물물교환을 하려니 번거로웠다. 그래서 서로 약속한 매개수단에 가치를 부여해 물건을 사고파는 수단으로 사용했는데, 이것이 화폐다.

▶시장의 원리=시장에는 중요한 두 가지 원리가 작동한다. 그 하나는 가격 결정의 원리인데, 시장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점에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수요가 공급보다 많을 때는 가격이 올라가고, 공급이 수요보다 많을 때는 내려간다. 다른 하나는 경쟁의 원리다. 다른 사람보다 더 좋은 물건을 싸게 만들어 파는 사람이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 원리를 거스르면=이러한 원리는 옳고 그름을 떠나 시장이 존재하는 한 성립할 수밖에 없는 법칙이다. 따라서 시장경제 국가의 정부는 항상 시장 원리에 따라 정책을 펴야 한다. 정치적 목적이나 대중 인기에 영합해 시장 원리를 거스르면 시장은 반드시 응징한다. 부동산값 폭등과 가계 부채 문제, 금융 위기 등이 바로 그런 예다.

▶시장경제의 장.단점=시장경제의 장점은 기업이나 소비자 등 모든 경제주체가 시장에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경쟁하다보면 결국 나라 전체적으로 더 많은 생산이 이루어지며 경제 성장이 촉진되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경제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과 기업이 모두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며 경쟁하다보니 불평등과 상대적인 빈곤이 발생한다. 지나친 불평등과 빈곤은 사람들 간에 위화감과 소외감을 일으켜 사회 불안을 부른다.

▶단점 해결은=그러니 정부가 나서 적절한 분배정책과 사회복지정책을 펴 문제점을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때 분배정책은 그 나라의 경제력에 걸맞게 이뤄져야 한다. 지나치면 활력을 떨어뜨려 경제를 회복이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시장경제의 장점을 살려 경쟁력 있는 나라를 만드는 일은 중요한 과제다. 더불어 성장과 분배를 적절하게 조화시켜 시장경제의 문제점을 풀어나가는 것은 정부와 국민의 몫이다.

나성린 교수(한양대 경제금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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