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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중·일 훈풍 … 동아시아 공동체 출발점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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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중국의 차기 지도자로 확실시되는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이 내일 서울에 온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뒤를 이을 5세대 지도자로 일찌감치 내정된 그가 부주석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한국 방문 길에 오르는 것이다. 기후변화 정상회의 참석차 코펜하겐에 가기로 돼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을 위해 그는 방한 일정까지 조정했다. 일본 집권당인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간사장도 최근 베이징을 거쳐 서울을 다녀갔다. 민주당의 실세로 ‘태상왕(太上王)’ 소리까지 듣는 그다. 이 대통령과 만난 오자와 간사장은 한·일 신시대를 주제로 대학에서 연설도 했다. 떠오르는 중국과 변화를 모색하는 일본의 힘이 서울에서 교차하는 양상이다.

동아시아는 지금 변화의 대전기를 맞고 있다. 세계의 중심은 미국을 거쳐 아시아로 넘어오고 있다. 치욕의 150년 근세사를 뒤로 하고 중국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용틀임을 시작했다. 전후 동아시아 질서의 근간을 이루었던 미·일동맹은 극도의 피로 현상을 드러내고 있다. 오키나와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을 둘러싼 오바마 행정부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정부의 첨예한 갈등은 수면 위로 드러난 빙산의 일부일 뿐이다. 예속과 굴종의 관계로 비쳐져 온 미·일동맹은 보다 대등한 관계로 재탄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파열음도 들릴 것이다. 대미(對美)동맹의 또 다른 한 축인 우리로서는 비록 걱정스럽더라도 불가피한 과정으로 이해하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본다.

세계가 동아시아를 주목하고 있다. 하토야마 총리가 부르짖는 ‘우애(友愛)’의 동아시아 공동체는 아직 형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동북아 3국을 축으로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동안 동아시아 통합 논의를 주도해온 동남아 국가들은 불안한 눈으로 동북아를 지켜보고 있다. 동북아 3국이 가진 정치·경제·군사력을 감안할 때 ‘아세안+3’이 ‘3+아세안’ 구도로 역전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보고 있다. 시 부주석은 방한에 앞선 인터뷰에서 “한·중·일 협력이 동아시아 공동체로 이어지면 이 지역뿐 아니라 아시아와 세계의 이익에 부합할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정확한 현실 인식이다.

중국의 부상에 따라 동북아 질서의 재편은 불가피하다. 한·미동맹에 이어 미·일동맹도 어떤 형태로든 미래 지향적으로 재정립될 수밖에 없다. 그 공백을 한·중·일 3국 협력체제가 메워야 한다. 일본 국민의 63.1%가 한국에 친밀감을 갖고 있다는 여론조사도 있듯이 분위기도 좋다.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을 서두르고, 상설 사무국 설치를 통해 이미 정례화된 3국 정상회의를 보다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구원(舊怨)을 뒤로 하고 역사적인 상생의 기회를 제대로 살린다면 동북아는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뒷받침하는 21세기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우리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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