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재경위 '특소세 뒤집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르면 24일부터 프로젝션 TV.에어컨 등 11개 품목의 특별소비세가 폐지된다.

그러나 당초 정부가 특소세를 폐지키로 한 24개 품목 가운데 보석.고급시계 등 13개 품목은 폐지 대상에서 제외돼 현행대로 계속 특소세를 물게 됐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는 20일 전체회의를 열고 프로젝션 TV와 PDP TV.에어컨.온풍기.골프용품 등 11개 품목의 특소세를 폐지하는 내용의 특소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앞서 열린 법안심사소위(위원장 강봉균 열린우리당 의원)에서 여야 의원들은 11개 품목에 대한 특소세 폐지에는 합의했지만, 보석.귀금속.고급모피.고급가구.향수류 등 13개 품목의 특소세 인하는 민생경제 살리기와 무관하다는 야당 의원들의 반대에 따라 현행 세율을 유지키로 했다.

법안심사소위에서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이 "국내 중소기업의 시장 비중이 매우 낮아 특소세 폐지에 따른 혜택이 별로 없는 품목에까지 특소세를 인하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민생 관련 물품이라면 몰라도 국민적 위화감을 줄 수 있는 물품에 대해 한꺼번에 다 특소세를 없애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동조하고 나섰다.

재경위는 또 특소세 환급시점에 대해서도 이날 회의에서 '재경위 의결일 다음날'에서 '본회의 의결일 다음날'로 수정했다.

여야는 오는 23일께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 특소세법 개정안을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어서 소비자들은 다음날인 24일부터 11개 품목을 인하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소세 폐지에 따른 품목별 소비자 가격 인하율은 ▶프로젝션 TV 6.8% ▶PDP TV 1.0% ▶에어컨.온풍기 12.7%▶골프용품 16.4%▶모터보트.요트.수상스키용품.행글라이더.영사기.촬영기 15.4% 등이다.

18평형 에어컨의 가격은 현행 162만원에서 141만원으로 21만원이 내려가며, 50인치 프로젝션 TV는 295만원에서 275만원으로 20만원 인하된다.

그러나 모터보트.요트 등 고가 레저용품에 대한 특소세는 폐지하면서도 혼수용.건강식 등으로 소비자들의 수요가 많은 고급 시계.보석이나 녹용.로열젤리 등의 특소세를 그대로 놔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한편 재경위는 이날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이 이와 별도로 택시.가정용 LPG의 특소세를 면제해주고 유류 특소세를 한시적으로 10% 인하하는 내용의 특소세법 개정안을 발의함에 따라 이를 법안심사소위로 넘겨 심사키로 했다.

홍병기.김정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